노래 가락에 따라온 그 얼굴

삼각관계

by 수국

동네 뒷산을 오르다 보면 트로트 음악을 들으며 걷는데 집중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숲 속을 지날 땐 나뭇잎 부딪치는 소리, 구구 구구 비둘기 소리, 깍 깍 유난히 시끄러운 까마귀 소리, 짹짹거리는 작은 새소리, 각종 매미소리 등등 여름의 숲 속은 바람결에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를 귀에 담고 가기에도 바쁠 때인데 산에 와서도 기어코 자연의 소리를 외면하고 기계음을 애써 들으려 할 필요가 있을까.


나풀거리며 서로 겨루는 하얀 나비 두 마리의 합의점은 언제쯤에 이루어져 짝짓기가 성립되려는지. 꼬리를 까딱거리며 길가에 내려앉은 두 마리 까치의 그 속셈은 무엇인지. “맴맴맴 매애앰” 매미들이 우는 그 소리는 누구를 위해 애틋하게 목청 높이는 건지. 방긋 웃는 나리꽃은 또 누구를 위한 예쁨인지. 주변 감상에 흠뻑 젖어들고 있을 그때에 어디선가 잔잔하게 들려오는 익숙한 노랫가락에 귀가 번쩍 열리며 마음 깊은 곳에서 서서히 떠오르는 한 사람. 핼쑥한 그 얼굴을 떠올리며 멀어져 가는 그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다.


누가 흉을 보던 욕을 하든 무슨 소리를 해도 좋다 싫다 대꾸 한마디 없이 조용히 살았던 그 어르신의 모습이 노랫가락 따라 떠 오른다. 내 처지를 생각하며 입을 닫아 버렸는지 그분은 말이 없는 분이었다. 그 입을 열게 하기란 쉽지 않았다. 어렵게 마음을 달래어 노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드리면 차분한 목소리로 노래 한 곡을 끝까지 흔들림 없이 잘 불렀다. 듣기 어려운 목소리에 귀한 노래였기에 <삼각관계> 그 노래는 어디서 들어도 유별나게 관심이 가고 흘려듣지 못한다. 어디에서든 예민한 귀가 정보를 수집하고 오래도록 기억하려 애쓴다.


산속에서 조용히 들려왔던 그 노래


“누군가 한 사람이

울어야 하는 사랑에

삼각형을 만들어 놓고

기로에선 세 사람 세 사람

사랑을 고집하면

친구가 울고

우정을 따르자니

내가 우네 사랑이 우네

하필이면 왜 내가 너를

하필이면 왜 내가 너를

사랑했나 우는 세 사람”


익숙한 멜로디에 귀 기울이며 새삼스럽게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그 어른을 한 번 더 떠올려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랫말은 애써 들으려 하면서도 힘차게 쿵작거리는 별 관심 없는 그 노랫가락은 내 귀를 괴롭히는 소음이라 생각하니 너무 이기적인가. 너무도 자연스러웠던 그 어른의 애창곡을 자연 속에서 덤으로 들으며 지난 일들을 떠올리기 엔 나쁘지 않았다. 말없이 긴 여운만 남기고 간 사람.

이전 15화100세 어르신과 작별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