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어르신과 작별인사

인생 잘 살아야 할 텐데

by 수국

어제저녁에 기척 없이 잘 주무시는가 했더니 아침밥을 못 드신다. 평소와 다른 느낌에 마음이 쓰이고 자꾸만 뒤돌아 보게 된다. 예감이 좋지 않아 다시 한번 더 다가가 상황을 살피고 어르신 그동안 참 잘 살아오셨어요. 속으론 마지막 인사라도 드려야 할 것 같다. 관리자에게 이 상황을 알리고 보호자에게 미리 연락하는 것은 어떨지. 그 정도로 이야기하고 교대근무자에게도 주의 깊게 살펴보라고 상황을 알려주고 퇴근한다.

100년을 맑은 정신으로 깨끗하게 살아오신 할머니. 100년 동안 특별히 아픈 곳 없이 단지 기력이 다하여 조용히 삶의 끈을 놓고 가신다는 것은 축복받은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복이다. 요즘은 100세 시대라지만 무병장수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잘 먹고 잘 사는 것 같지만 이름 모를 병들이 얼마나 많은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병과 싸우며 살아야 한다면 100년이 무슨 소용 있겠는가. 하루 더 살면 사는 만큼 고생만 더 할 뿐인데. 그렇다면 누가 장수시대를 반가워하겠는가. 아직 노인이라 하기엔 건강한 중년들도 "오래 살까 봐 겁난다."라고 말한다. 젊은 후배들도 100년을 살까 겁내는 이 시대에 어르신은 100년을 특별한 아픔 없이 조용히 살아왔으니 귀감이 될만한 분이다.

100세 어르신의 상황을 알게 된 보호자들이 바쁜 걸음으로 달려와서 서로 얼굴 보며 어르신의 마지막을 배웅해 드렸고 평안하게 눈을 감고 가셨다고 한다. 평소에 느낀 이미지나 돌아가시기 직전 평안한 그 모습을 떠 올리면 어딘가 모르게 감사하다. 쉽지 않은 100년을 무병장수 하시고 조용히 가셨으니 복 받은 어르신이다.


가까이에서 어머님을 자주 돌봐왔던 막내아들은 어머님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장례 후에도 유품 하나하나 소중하게 챙긴다. 그 어머니에 그 아들, 며느리를 보면서 인생 참 잘 살아야 되겠구나 싶다. 대부분 유명을 달리하고 떠난 그 자리는 쉽게 지나치기 어렵다. 어딘가 모르게 섬찟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떠난 사람의 인상착의가 떠오르면 싫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100세 어르신의 빈자리는 특별히 무섭다거나 보기 싫다거나 그런 느낌은 들지 않았다. 자식들 바쁜 걸음 시키며 응급실 가는 번거로움도 없이 그냥 조용히 잘 살다 가셨기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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