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가는 대로
1. 도와주이소
노인 전동차 한대가 길 가운데 멈춰 서 있다. 무슨 일인지 관심 있게 바라보며 걸었다. 가까이 갔을 때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는 전동차에 몸을 기대고 내려서서는 애절한 눈빛에 어눌한 목소리로 잘 알아듣기도 힘들게 "도와 주이소" 한다. 내려 서려는 줄 알고 전동차 뒤에 매달아 둔 목발을 보며 이거 빼 드릴까요 했다. 어느 정도 통했는지 가만히 계셨다. 청색 나일론 줄로 얼마나 꽁꽁 묶었는지 빠질 것 같지가 않았다.
할아버지 잘 안 빠지는데요 그냥 타고 가세요. 하니 올라타면서도 한 다리는 올리지 않고 못내 아쉬운 표정이다. 뭐지? 할아버지가 원하시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냥 대충 얼버무리고 떠나갈 수도 없고 순간 황당했다.
스스로 생각하길 나는 노약자에게 최적화되어 있다고 자부하면서 살아왔는데 노약자를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 마음이 최적화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데 왜 이렇게 그 마음을 빨리 알아차리지 못할까. 할아버지 위험하니까 두 다리 다 올리고 타고 가세요. 그랬더니 다시 목발을 가르치면서 "끌려서 소리가 난다."라고 했다.
아, 예 할아버지의 "도와 주이소" 그 뜻이 무엇인지 이제 감 잡았다. 어눌한 말투를 눈치껏 겨우 알아차리고 어둠에서 한줄기 빛을 만난 것처럼 기쁜 마음으로 이리저리 억지로 잡아당겨서 목발을 바닥에서 뚝 떨어지게 올렸다. 할아버지 이제 됐어요. 안 끌려요 가보세요 했더니 할아버지 그때는 양발을 다 올리고 떠나는 것이다. 그렇게 야물 지게 꽁꽁 묶어 둔 목발이 왜 내려왔는지 나무 목발이 아니라 가볍기는 하겠지만 땅에 끌리면 신경 쓰이게 할 것 같은 알루미늄 목발이었다. 양쪽 입가에는 밥풀인지 침인지 허옇게 묻히고 어디를 가시는지 땡볕에 외출을 하시는 그 할아버지가 목발 신경 쓰지 않고 안전하게 잘 다녀오시기를 바라며 길을 가면서도 어디로 가시는지 계속 뒤돌아 봤다.
2. 천 원만 주이소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지하철 입구에서 키가 자그마한 할아버지 한분이 뭔가를 구걸하는 모습이다.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가까이 갔을 때 들릴 듯 말듯한 소리로
"천 원만 주이소"
그때 내 수중에는 현금이라고는 한 푼도 없었다. 무심한 듯 그냥 지나 칠수 밖에 없었다. 없어서 못 드리니 양심에 찔릴 것도 없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희미한 목소리가 또 내 귓전을 울린다. 짧은 한마디.
"배고파요"
그냥 지나쳐 왔지만 걸어가는 내내 “배고파요 배고파요.” 할아버지의 힘없는 한마디 그 소리가 마음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때는 돈 천원도 배고픔을 달랠만한 과자도 빵 한조각도 내 수중에는 하나도 없었는지. 배고픈 어르신을 그냥 지나쳐 왔다는 것이 몇 날 며칠을 두고 마음에 걸렸다.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그 할아버지가 계신가 살펴봐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아, 어디를 나갈 때는 먹을 것이라도 꼭 가지고 다녀야겠구나 싶었다. 나도 배고픔을 못 참는 편이라 배고프다는 그 말이 마음에 오래도록 남았다. 어린아이들이나 장애인들이나 노약자는 물론이거니와 건강한 청소년 중장년 할 것 없이 누구라도 "배고파요." 하는 이 없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