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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국 Apr 02. 2022

남자 마사지사를 만났다

중국 마사지

 “아버지는 비행기도 한번 못 타 보고 가셨다.”라고 구순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큰아들은 아쉬워했다. 어머니라도 비행기 한 번 태워드리자는 장남의 뜻에 따라 해외여행을 추진했다. 구순이 코앞인 어머니를 모시고 딸 셋, 사위 셋, 큰 아들, 큰 며느리 아홉 명이 중국 상하이행 비행기를 탔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기에 즐겁게 함께했다. 노모를 모시고 패키지여행에 동참했으니 다른 여행자에게 폐가 될까 봐 많이 신경 쓰였다. 관광지 도착과 동시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빨리 행동했고 휠체어가 항상 먼저 대기했다. 함께한 여행자들보다 더 빠르게 행동했으니 민폐가 되지는 않았다. 4박 5일 동안 헌신적으로 봉사한 둘째 사위 덕분에 어머니는 휠체어와 한 몸이 되어 무사히 여행을 잘 마칠 수 있었다.


마사지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좋아하는 나는 패키지여행에 포함된 마사지 시간을 기다렸다. 필리핀 마사지의 좋은 느낌을 생각하며 중국 마사지는 어떤 느낌일지 기대가 컸다. 드디어 그 시간이다. 1층 입구에 들어서자 총각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애송이 남자들이 황토색 가운을 입고 수건을 들고 차례차례 고객을 맞았다. 입구에서 들어오는 순서대로 한 사람씩 복불복 짝이 되어 발 씻기부터 마사지까지 함께했다.


마사지실은 2층이었고 넓은 홀에 매트가 수십  나란히 깔려 있었다. 순간 재해현장 임시대피소 같은 분위기에 추춤했다. 이런 느낌 예상치 못했다. 가족단위도 아니고 관광객 위주로 대량생산하는 공장 같은 마사지샵이었다. 관광버스   고객쯤은 쉽게 받아  공간이었다. 누가 잘하고 못하는지  수도 없고 선택할 수도 없었다. 여자 마사지사를 원했지만 구순의 어머니도 평생에 처음 받는 마사지를 손자라도 막내 손자 같은 남자에게 몸을 맡기고 마사지를 받아야 했다.


아들 딸 여덟을 낳았어도 부끄럼 많은 우리 어머니는 뭐 이런 일이 다 있나 “에고 어쩌나” 그러면서도 묵묵히 따랐다. 그냥 살살 안마만 해도 모르는 남자의 손이 닿을 때마다 "끄응" 깜짝깜짝 놀랐겠지만 눈을 감고 조용히 넘어갔다. 할머니에게 걸린 그 남자 마사지사의 기분은 또 어땠을지. 우리 모두 다 남자 마사지사는 처음이었다. 패키지여행에 포함된 마사지는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걸 경험해 봐서 알지만 중국 마사지 역시 시작부터 맘에 들지 않았다.


아직 수습생 같은 어린 남자 마사지사의 솜씨는 손맛을 논할 필요도 없었다. 차라리 마사지의 맛을 전혀 몰랐더라면 불만도  했을 텐데 한마디로  아직 멀었어 약해도 너무 약해.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하려면 많은 노력과 경험이 필요할 거야. 실력이나 고객 만족도는 떨어지지만 한국말로 "괜찮아요?" 고객의 느낌을 자주 묻기는 했다. 사실은 괜찮지 않은데 이미 던져진 주사위를 어쩔 수도 없고 '어깨  세게' 하라고 했더니 계속 어깨만 누르고 있었다.


옆에 누웠던 올케언니는  방이 울리도록 “아야 아야소리쳤다. 엄살인지 정말 세게 눌렀는지  마사지사가 선임인 듯했다. 옆에 어린 동생들에게 눈치껏 조언도 해주며 일했. 세게 누르는  마사지사가 나를 만났으면 아프다 소리  하고 고마워했을 텐데 아쉬웠다.


어린 동생이 마사지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중이라 생각하고 부족해도 이해하기로 했다. 열심히 살려고 애쓰는 모습이 착해서 끝났음을 알릴 때 주머니에 매너팁을 살짝 넣어 주었다. 열심히 기술을 배우고 익혀서 최고의 마사지사가 되어라 속으로 응원도 했다.


어떻게 짓눌렀는지 시원하지는 않고 아픈 곳만 남았.  들여 시간 들여 아픔만 선물 받은 셈이다. 마사지라면 좋아하지만 중국 마사지는 좋은 느낌은 아니었.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도 며칠 동안  초보마사지사에게 짓눌린 어깨는 뻐근하게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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