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가 되고 싶었던 민이

겁에 질려 떨던 사람들

by 수국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즐거운 일이다. 끝맺음 인사도 하기 전에 친구들 몸은 출구를 향하여 뛰어 나갈 자세다. ‘오늘도 수고 많았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안녕히 계세요.” 시끌벅적한 인사가 끝나고 친구들을 보내고 난 후 그 뒤를 따라 신호등이 아닌 육교를 건너기 위해 천천히 걸었다.

육교 앞에 도착하니 인도에는 포장마차가 있고 도로에는 택시가 한 대 서 있다. 택시 뒤에는 중학생 남자 둘은 서 있고 한 학생은 꿇어앉았다. 그 학생들 앞에는 호각을 만지며 눈을 위아래로 굴리며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겁에 질려 고개 숙인 그들의 속사정이 궁금해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아무도 말을 못 하고 꿇어앉은 학생은 제발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눈빛이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포장마차 아주머니가 손짓으로 나를 부른다. “저 아저씨 이상해요. 무서워 죽겠어요. 지나가는 학생들을 붙잡아 놓고 괜히 저래요.” 아주머니도 정말 겁먹은 표정이다. 택시 기사는 언제부터 있었는지 뒤늦게 참견이라도 하려는 듯 창문을 내린다. 아주머니를 만나고 돌아서니 학생들을 벌벌 떨게 했던 그는 육교 위로 걸어가고 학생들은 반대 방향으로 도망치듯 달아난다.


나는 무서운 아저씨라는 그를 부르며 뒤따른다. 돌아보지도 않고 앞만 보며 묵묵히 걷는다. 아까 그 학생들 왜 그랬어? 자꾸 물으니까 “안 그래도 교통사고로 사람들이 많이 죽는데 말을 안 듣고 있어.”

그 학생들이 육교 밑으로 무단 횡단하다가 딱 걸렸단다. 학생들이 잘 못했구나 그래도 순진한 학생들이 걸렸나 보다. 기죽어 고개 숙였던 그 학생들과 겁먹은 포장마차 아주머니를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평상시에도 자기가 검찰, 형사, 경찰이라고 노래를 부르더니 제대로 한 건 한 모양이다. 맘껏 실력 발휘하지 못하고 중도 하차하게 되어 많이 아쉬웠을 것이다. 차림세도 까만 모자에 까만 점퍼 눈을 부릅뜨고 호각을 홱 불었다면 정말 경찰 포스가 나왔을 것 같다. 생긴 인상도 만만한 상이 아니고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고함치며 혼냈으면 겁났겠다.

잠시나마 경찰 역을 담당했던 민이는 지적장애 2급 32세 청년이다. 건강하게 잘 성장했더라면 정말로 멋진 검찰이나 형사가 되어 꿈을 이루었을 텐데. 민이는 똑똑하고 정확한 성격에 말도 조리 있게 잘하지만 어릴 때 교통사고로 뇌를 다쳐 후천적 장애인이 된 것이다. 하고 싶은 꿈은 많은데 현실 상황이 따라주지 않으니 안타깝다. 사람이 80 평생을 살아도 웃는 시간이 20일밖에 안 된다는데 민이 덕분에 웃을 수 있었다. 놀란 학생들은 오늘 일을 한 번 더 생각하며 법을 잘 지키는 훌륭한 성인으로 잘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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