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는 말이 없다
선물로 받은 갈비탕 한 봉지가 냉동실에 꽁꽁 얼어 있다. 처음에는 다음으로 미루고 그 후엔 잊어버렸다. 유통기한이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고 일 년 넘게 냉동실에서 숨어 있었다. 이젠 그 갈비탕이 아무리 맛있어도 먹을 수가 없다. 갈비탕을 만들던 여사장이 우리 곁을 떠났기 때문이다. 양념 고기와 갈비탕을 판매했던 사장은 설암으로 죽었다. 수술과 항암치료에 최선을 다했지만 암을 이기지 못했다. 쉰 살이면 아직 젊은 나이지만 숨 떨어지니 별 수 없었다.
냉동실 갈비탕처럼 영안실 냉동고로 들어가 꽁꽁 얼어버린 한 덩이 물체일 뿐. 맛난 음식을 개발해 낼 수도 더 이상 살아갈 수도 없다. 애써 가꾼 사업장과 가족을 두고 두 손 들고 먼저 떠났다. 더 이상 인간의 힘과 어떤 열정으로도 해결할 수 없다. 그의 마음과 눈빛과 손길이 머물렀던 그 갈비탕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 짭짤한 눈물 맛만 날 것이다.
모든 걸 내려놓고 화장터 뜨거운 불속에서 후루룩 태워져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갔다. 그녀를 생각하면 그 갈비탕을 뜨거운 불에서 펄펄 끓여 고기를 질겅질겅 씹고 국물을 후루룩 먹을 수가 없다. 결국 그 갈비탕도 그녀처럼 자연의 일부분으로 돌려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