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아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엄마와 이별하는 아들을 보며

by 수국

처음 만난 날은 서로 알아가기 위해 탐색전을 벌인다. 낯선 저 인간은 누굴까? 반쯤 덥힌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내렸다 확인 중이던 그 얼굴은 너무도 작았다. 이 얼굴이 실체인지 헛것을 본 것인지 현실을 부정하고 싶을 만큼 눈앞이 혼란스럽다. 뼈와 가죽뿐이던 그 작은 얼굴과 함께한 인생행로가 궁금하다.


첫인상이 강하게 느껴졌던 그 시간 우뇌가 할 일인지 좌뇌가 할 일인지 이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는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여러 번 눈을 깜박인 후에야 서서히 안개가 걷히듯 눈앞이 맑아졌다. 조그만 체구에 뒤틀어져 구겨진 두 팔다리는 뼈와 가죽이 합장하여 늘어진 혈관을 품어 안기도 벅차 보인다.


“사지의 기능을 상실한 인간은 존엄을 지탱하는 사소한 것도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는 말처럼 남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밥 한 톨 물 한 방울도 위장으로 데리고 갈 수가 없다. 젊을 땐 몸을 지탱할 수 없을 만큼 잠이 쏟아지기도 했겠지만 이럴 때는 빌려 올 잠도 없는지 하루 종일 별도 달도 뜨지 않는 천장만 바라보고 누워있는 와상환자다.


100세 시대에 70대 초반 엄마의 이런 모습 정말이지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현실은 현실이다. 때론 밥숟가락을 두 동강 낼 듯이 앙다문 두 입술이 불만을 표출하지만 무언의 앙탈 그 속내를 다 알아차리기까지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어쩌다 이렇게 인생의 벼랑 끝까지 빨리도 가 버렸을까.


‘엄마’라는 그 책임이 힘겨워 내 몸은 안녕하신지 나의 안부를 물을 여력도 없이 작은 체구로 얼마나 아등바등 젊음의 기를 다 쏟아부었으면 물 마른 대나무 잎사귀처럼 저렇게 바싹바싹 깡마른 몸이 되었을까.

“젊어 게으름이 늙어 효자”라는 그 말이 더 절실하게 느껴지는 시간이다. 젊음을 밑천 삼아 물 건너 산 넘어 부지런히 찾아와 만난 것이 이 병든 삶이라니.


이제 와서 긴 한숨 몰아쉬며 후회해도 소용없고 지금까지 써 내려간 인생 이력서엔 골진 주름만큼이나 그 나름대로의 촘촘한 인생철학이 비밀 이야기처럼 차곡차곡 숨겨져 있을 것이다. 마지막 산소 한 모금도 넘기기 힘들어 숨소리마저도 조용해지던 그날. 초면에도 그 엄마의 아들이구나 단번에 알아차리게 할 만큼 꼭 닮은 아들과 후손들이 어머니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눈을 뜬 듯 감은 듯 자손들의 얼굴을 한번 둘러보기라도 했을까. 눈꺼풀 들어 올릴 힘도 없어 ‘꺼억꺼억’ 소리 한번 내지도 못하고 못다 한 사연들은 가슴 깊이 묻은 채로 그 엄마는 밤하늘에 별똥별처럼 지구에서 조용히 사라져 갔다. 그 앞에 조용히 고개 숙인 아들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이미 소통의 시간은 끝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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