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과 동생으로 사는 하루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어진다.”더니 남자도 어찌나 말이 많은지 소란스럽기는 접시를 수 없이 깨고도 남을 수다가 이어진다. 가능하다면 입에 계량기 달아 놓고 사용량을 계량하여 재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루 종일 수다를 떨어도 끝이 없다. 수다 중간중간 양념 삼아 만만한 동생을 갈구는데 재미를 느끼고 앞장서는 수다 형을 제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감히 형에게 대항할 수 없는 동생들은 듣기 싫은 소리엔 귀를 막고 얼굴을 찡그리며 싫은 내색을 얼굴로 다 드러낸다.
수다 형이 내뱉은 결정적인 한마디에 욱하며 속상한 동생은 그만 입을 쑥~ 내밀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우직한 마음도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모양이다. 화장실 갔겠지 겸사겸사 자리를 피하여 쉬고 싶었겠지 하면서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어디 갔지 걱정되어 찾아보려고 하는데 그래도 수다 형이 의리 있게 자리 이탈한 동생을 찾아보겠다고 스스로 일어난다. 이리저리 돌아보다 어두컴컴한 창고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하는 말이 더 걸작이다.
“에헤이 쟤는 지금 간질 하고 있어” 몸이 부들부들 떨고 있단다. 다른 친구들은 ‘간질’이 뭔지 잘 사용하지도 않는 말인데 아주 익숙하게 '간질'이라고 한다. 너무도 태연하게 말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쉽게 받아넘기지 못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자기를 괴롭히던 형을 보고 말도 못 하고 속상하고 화났음을 부들부들 떨면서 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건만 간질이라니, 간질은 가끔씩 사람 혼을 쏙 빼놓는 수다 형 자신의 고질병이 아니던가.
멀쩡하게 잘 있다가도 “어어 우우우우” 하며 쓰러지고 입에 거품을 물고 벌벌 떨면 그때는 모두 다 깜짝 놀라게 되는 간질. 순환에 어려움 없도록 쪼이는 단추와 허리띠를 풀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 기도를 확보해 눕히고는 그 과정이 끝나기까지 지켜보는 것 외에 특별히 도울 것이 없다. 그럴 때마다 본인은 초주검이 되고 잠시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털고 일어나지만 온몸의 기가 다 빠져 흐느적거리는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아프다.
하나뿐인 아들을 고치기 위해 애정 많은 부모님은 또 얼마나 백방으로 노력을 했겠지만 의술이 좋은 이 시대에 살면서도 특별한 방법이 없는 모양이다. 발작할 때마다 애간장이 다 타들어가지만 어쩔 수 없이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될 수 있으면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신경을 건드리지 않으려 너도 나도 다 애를 쓴다. 그러다 보니 기분 내킬 땐 수다가 끝이 없어도 나이 어린 동생들이 오히려 형의 기분을 맞추며 수다를 들어주고 있는 편이다.
자기 이름을 부르며 찾는 소리가 귀에 분명히 들릴 것이지만 들은 척도 안 하고 벌벌 떨며 시위 중인 동생에게 그 무서운 간질이라니. 그러다가도 어느 정도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둘이 부둥켜안고 형형하면서 헤헤 웃고 풀어지는 것이 이들의 일상생활이다. 순수함이 장점이기도 하면서 어린아이티를 벗어나지 못하는 순수함이 또한 장애 인 이들은 그렇게 하루하루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또 하루의 행복을 찾아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