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 아이의 미술관람
저 멀리서 밝은 얼굴로 다가오는 손녀와 만나서 반가워 짱짱짱! 이제 줄을 서서 앞으로 앞으로 미술관 입장이다. 기차역을 미술관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나 실내 모양이 대형 하우스에 들어선 것처럼 둥근 모양 이런 것은 관심 없다. 클로이가 원하는 건 고흐의 해바라기,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 다빈치의 모나리자상을 보고 인증사진을 남겨야 한다는 목표가 분명하다.
아이들은 2층 어린이 놀이 공간에서 놀고 있을래?
“아니 난 모나리자를 봐야 해. ”
모나리자는 여기에 없고 루브르박물관에 있어. 해바라기랑 피리 부는 소년을 보고 난 후 놀러 가겠다고 빨리 그림을 보여달라고 재촉한다. 작품을 찾아 많은 사람들 사이사이로 빠르게 지나간다.
“아 여기 피리 부는 소년이다.”
손가락 두 개로 브이를 만들며 인증사진을 찍는다.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은 다른 곳으로 원정 나가고 없었다. 고흐의 자화상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었다. 이제 다른 그림은 별 관심 없고 어린이 놀이 공간이 궁금해 빨리 데려다 달란다. 클로이는 외국아이들이랑 그림도 그리고 만들기도 하고 엘리엇이랑 즉석사진도 찍었다고 자랑한다. 두 아이의 보호자로 고모부가 함께 있어주었기에 가능했다.
특별히 보고자 하는 작품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눈에 보이는 대로 보는데도 작품마다 묘하게 다른 느낌을 느끼며 대단하다는 감탄이 나온다. 벽면 전체를 차지하는 작품의 크기에 놀라고 흡사 사진 같은 작품의 섬세함에 놀란다. 한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붓질을 하며 정성을 쏟았을까. 그 깊이와 고충까지는 다 모르지만 대단한 작품들이었다. 예술감각이 없으니 겉핥기식 관람이지만 그래도 대단하다. 는 말을 연발하며 5층까지 한 바퀴 돌고 나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다.
관광이든 관람이든 먹는 재미가 빠지면 재미없는 일이다. 늦었지만 이제 모두 점심 먹으러 가자. 10분 정도 걸어서 도착한 음식점에는 손님들이 대기 중이다. 오후 두 시면 늦은 점심시간인데도 대만원이다. 기다렸다가 안내에 따라 들어간 자리는 밖이 잘 보이는 곳이었다. 배고픈 건 우리 사정이고 주문받으러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빨리빨리가 통하지 않는 곳이라 조급증을 내봐야 아무 의미 없다.
한참 후 하얀 와이셔츠에 까만 정장차림의 늙수그레한 아저씨가 메모지를 들고 와서 주문을 받았다. 달팽이요리와 거위 간을 포함하여 여러 종류 음식을 주문했다. 음식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며 밖을 내다보는데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갑자기 두두두둑 소나기가 쏟아진다. 아이참 프랑스 날씨도 고약하네. 무슨 비가 이렇게 자주 오는지 우리가 들어올 때만 해도 멀쩡하던 하늘에서 또 비가 쏟아진다. 쨍하고 해 뜨는가 싶으면 먹구름이 다가와 소나기를 쏟아붓는다. 그때마다 폭우 속에서도 잘 피해 다녔으니까. 오늘도 무사히 비를 피해 가기를 기대해 본다.
폭우가 쏟아져도 걱정 없는 클로이와 엘리엇은 뭣이 그렇게 좋은지 조잘조잘 하하 호호 재미있다. 주문한 음식이 차례차례 앞에 주어지니 모두 배가 고팠는지 주는 대로 맛있게 잘 먹는다. 밖에는 소나기가 내리고 우리는 프랑스 요리의 맛을 음미하며 점심 먹는데 집중한다.
점심을 다 먹고 차 한잔 마실 때까지만 비가 내리고 우리가 나갈 때쯤은 비가 안 오기를 바랐던 간절함이 통했을까. 우리가 나왔을 때는 가는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질 뿐 쏟아지던 큰 비는 멈췄다. 오늘 하루 온전히 맑음을 기대했는데 역시나 비는 사정없이 내렸고 우리는 또 비를 잘 피했다. 한국이나 프랑스나 칠월말 날씨는 예측 불가다. 비 빠지면 안 되는 것처럼 날마다 비와 숨바꼭질을 한다. 이번여행은 시작부터 비동무하러 왔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소나기에 쫄딱 젖은 적은 없었다. 다행이다. 오늘도 너를 피해 안전하게 지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