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문 가는 길
죄 없이 붙잡혀 죄인처럼 추궁당하면 당황스럽다. 지나고 보면 별일 아니지만 뭐 이런 일이 다 있나 싶고 지나가다 똥 밟은 것보다 더 찝찝하다.
센 강가를 걸으며 길거리가게의 그림도 구경하고 유람선 곁을 따르는 오리 떼들과 짹짹 노래하는 새소리를 들으며 가볍게 걸었다. 유람선에서 크게 손 흔드는 관광객들과 손인사를 하며 삼십 분을 걸어 노트르담성당 앞에 도착했다. 성당 내부로 들어가기 위한 줄은 도로까지 길게 나와 있었다. 긴 줄 끝자락에 선 사람들은 조급증을 내면 안 되는 듯 모두 느긋하다. 우리도 기분 좋게 현대미술관 퐁피두까지 돌아서 개선문으로 향했다.
개선문을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내려서 모두같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걸어가는 중이었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도 참 많았다. 관리자인지 젊은 남녀가 뒤에서 걸어오던 클로이 엄마에게 뭐라고 시비를 걸었다. 무슨 일이냐니까 교통카드를 안 찍고 무임승차 했다는 뜬금없는 소리에 정상적으로 승하차를 했다고 해명을 해도 통하지 않았다. 무임승차면 출입구가 열리지도 않고 어디로 비집고 들어갈 틈새도 없더구먼 어떻게 무임승차가 가능한지 아무리 설명을 해도 인정불가다.
황당한 일 당한 사람 변호해 주는 변호사도 황당한 순간을 만나니 소통가능한 대변인이 필요했다. 속 시원하게 대화가 안 되니 서로가 답답할 수밖에. 앞서가던 클로이 고모가 뒤돌아와서 뭔 일인가 듣고 설명하고 확인하니 그때사 인정하고 가란다. 해명하지 못하면 억울하게 무임승차로 차비 몇 배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클로이 고모는 마트에서 황당하게 당했던 일을 전해준다. 주차장 들어갈 때 받은 주차권을 잃어버려서 10분 이용했음을 아무리 설명해도 말로는 통하지 않았다고. 어쩔 수 없이 하루치 주차요금을 다 내고 그곳을 빠져나왔지만 물건값보다 몇 배나 더 많은 주차비를 내고 속상했다는 경험담에 “프랑스사람 참 융통성 없다 “ 면서 웃었다. 어디를 봐도 남을 속이거나 죄지을 상이 아닌데 ‘우리 중에 제일 늘씬하고 예쁘니 말이 잘 통할 것 같아서 붙잡았겠지.’ 우리 잘못은 아니니까 기분 풀고 가자.
편리한 줄만 알았던 지하철에서 황당한 일을 당하니 지하철 타기도 무섭다. 카드가 잘 먹히지 않으면 입장을 못하는 애로사항이 생기니 지하철 타는 것도 내리는 것도 더 신경 쓰인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친절한 우리 지하철이 최고다.
우리는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온 개선장군처럼 어두운 지하를 벗어나 밝은 개선문을 통과했다. 어른들은 한방 얻어맞은 기분이라 기분이 띵하지만 아무 걱정 없는 아이들은 모든 것이 다 재미있다 하하 호호 장난꾸러기들. 엄마들은 맥 빠지고 지쳐도 꼬마들은 개선문 광장을 신나게 뛰놀며 즐겁기만 하다. 근심걱정 없는 너희들이 좋을 때다. 너희들은 무임승차해도 안 붙잡았을 텐데. 꼬마들도 교통카드를 찍어야 출입이 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