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식 가정식 식사
"엄마아빠 나중에 봐" 손을 흔들며 쿨하게 뒤돌아 선 클로이. 고모집에 처음 간다며 고모손을 잡고 즐겁게 따라나선다. 집에 도착하여 현관을 들어서면서 "아 좋다." 한마디로 마음을 표현한다. 고모집에 처음 왔다는 걸 강조하는 클로이를 감탄하게 할 것은 뭐가 있을까. 엘리엇은 혼자만 쓰던 내 공간에 누나가 나타났으니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자랑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약간은 견제하며 주춤하는 모습이다. 5세 6세 한 살 차이 아직은 서로 이해할 나이도 내 것을 쉽게 허락할 나이도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서로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장애물이다.
클로이는 새로운 것들에 관심이 가지만 전체를 돌아보며 동생의 눈을 피해 책과 장난감을 만져 보기도 한다. 친해지기도 전에 서로 불편한 관계가 될까 봐 서서히 친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비슷한 나이지만 의사소통이 잘 안 되니 더 답답하다. 프랑스어와 한국어 각자 편한 대로 말하지만 하루빨리 공통언어로 웃음꽃 피는 소통의 시간이 되기를 기다리려 본다.
고모는 클로이를 감동시킬 음식을 만드느라 주방에서 바쁘다. “클로이 오늘은 프랑스식으로 저녁 먹게 해 줄게. “ 프랑스식은 또 뭘까 궁금하지만 클로이는 ”네 “ 큰소리로 대답하고 그때를 기다린다. 처음 온 클로이를 위해 고모는 주방에서 정성껏 요리를 한다.
”자 밥 먹기 전에 이것부터 먹어봐. “
클로이 좋아하는 것만 다 있다. 정말 밥 먹기 전에 이런 걸 먹어도 될까요. 의아하게 쳐다보는 클로이다.
”밥 먹기 전에 이렇게 먹는 것을 '앞에로'라고 하는 거야. “
감자칩, 쿠키, 당근, 방울토마토, 멜론, 주스까지 클로이는 이게 웬일인가 싶어 눈이 반짝인다. 밥 먹기 전에 이런 걸 먹어도 될까? 먹고 싶어도 엄마는 못 먹게 했던 간식인데 신났다. 좋아하는 것부터 적당히 먹고 좀 놀다 보니 돈가스와 밥, 구운 김을 곁들어 저녁이 나왔다. ‘앞에로’를 먹었는데도 잘 먹는다. 생오이가 나오니 오이를 주면서 쌈장은 안 주느냐고 해서 웃었다.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다.
디저트로 살구 요구르트와 치즈, 버터, 아이스크림을 주니 클로이는 아이스크림을 받아 들고 흐뭇해한다. 배가 아무리 불러도 아이스크림 하나쯤은 먹어야 한다. 먹고 놀고 또 먹고 앞뒤로 꽉 찬 긴 식사시간에 클로이는 대만족이다. 본식은 먹기 싫어도 디저트를 먹기 위해서라도 밥을 잘 먹는다는 프랑스 아이 엘리엇은 익숙하니 더 잘 먹는다.
"클로이 오늘 뭐가 제일 재미있었어. 제일 기억에 남는 게 뭐야?" 고모의 묻는 말에 생각할 것도 없이
"앞에로 앞에로가 가장 좋았어요. 매일매일 앞에로 했으면 좋겠어요. 엄마는 밥 먹기 전에 그런 것 먹으면 밥 안 먹는다고 못 먹게 하는데." 다른 재미난 일도 많았는데 처음 맞이한 앞에로가 제일 기억나는 모양이다. 한국과 프랑스의 식사 문화도 다르다. 클로이는 처음으로 대하는 프랑스식이 좋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