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도 뽀송뽀송

루브르박물관 앞에서

by 수국

루브르박물관에서 클로이를 만나기로 한 날이다. 폭풍우를 뚫고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왔으니 더 이상 폭우로 인한 불편함은 없으리라. 폭우를 잘 따돌리고 왔다고 찰떡같이 믿었다. 일기예보와 다르게 우중충한 이 날씨는 또 뭔가. 음흉한 먹구름이 빠른 속도로 다가온다. 설마 무지막지한 폭우는 아니겠지 폭우만은 아니길 바라면서도 대피할 방법부터 생각해 본다. 아무 준비 없이 나간 우리는 지붕아래로 뛰어가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예사롭지 않은 비구름을 쳐다보며 애써봐도 소용없다. 어느새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진다. 아이고 우두둑 쏟아지기 직전이다. 잠시 후 인정사정없이 비바람이 몰아친다. 발 빠르게 지붕아래로 뛰어가 자리를 잡았다.


넓은 광장에서 여유를 부리던 관광객들이 문이 비좁도록 밀려온다. 순식간에 빽빽하게 인간숲을 이룬다. 비옷을 입어도 우산을 들어도 소용없는 폭풍우다. 며칠 전 집 떠날 때 겪었던 꼭 그런 현상을 여기서 또 만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사람들은 축축하게 젖은 채로 무심한 하늘만 바라본다. 비 젖은 머리는 딱 달라붙었지 얼굴에는 물이 주르르 흐르지 얇은 옷은 몸에 착 달라붙었지 비에 젖어 초라한 모습은 너나 나나 누구나 다 똑같다.


우리와 만나기로 한 클로이네는 어느 지점에서 비를 만났는지 비는 잘 피하고 있는지. 우산 파는 청년들은 이때를 놓칠세라 우산 든 손을 흔들며 “5유로 8유로” 목청 높여 부르짖는다. 얌전한 비라야 우산을 들고 다니기라도 하지. 이때는 모든 것 딱 멈추고 비를 피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비바람이 전후좌우 정신 못 차리게 휘몰아친다. 아휴 대단한 폭풍우다.


한동안 무섭게 몰아치던 폭풍우가 시들해지자 먹구름도 빠르게 물러간다. 언제 무슨 일 있었냐는 듯 구름 사이로 햇살이 살짝 비친다. 거센 비바람에 몸을 움츠렸던 관광객들은 이슬비쯤이야 아무 상관없다는 듯 광장으로 우르르 몰려 나간다. 이런저런 모습으로 사진을 찍으며 주어진 시간들을 알뜰히 잘 사용 중이다.


먹구름 사이로 반짝이던 햇살처럼 클로이도 폭우 속에서도 뽀송뽀송한 모습으로 빵긋 웃으며 나타난다. 짱, 어디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어. “우리는 저기 집안에 있었지.” 비가 멈춰주니 야외에서 웃고 즐기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남는 건 사진이란 걸 알기나 한 것처럼 클로이는 삐뚤빼뚤 폼 잡고 사진을 찍는다. 오늘은 루브르박물관 주변을 돌아보고 온 가족이 함께 파리에서 외식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예약시간이 될 때까지 오페라극장도 돌아보고 백화점 쇼핑도 하고 차 마시러 라운지에 가니 앉을자리가 없다. 관광객들에게 핫한 백화점이란 것을 실감케 하는 곳이다. 하나 둘 자리가 생기면 차례차례 앉아서 옆에 빈자리가 생기면 접수하는 방법으로 결국은 다 앉을 수 있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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