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하루
여덟 번째 마지막 케리어가 뒤뚱거리며 벨트 위로 내려앉는다. 스멀스멀 다가오는 무거운 케리어를 반갑게 맞았다. 드디어 바깥공기를 접할 수 있는 시간이다. 창밖에서 손을 흔들며 기다리던 딸사위손자와 반갑게 만났다. 오랜만에 만나니 아이는 훌쩍 자랐다. 허물없는 가족이지만 손자는 멋쩍어서 쭈뼛거린다. 떨어져 지낸 시간만큼 서로 친해지는 시간도 필요하다. 이제부터 한 달간 지지고 볶고 웃고 즐기며 많이 친해지는 시간을 같자.
지하주차장으로 이동하여 차 두대에 짐을 나눠 싣고 파리시내 관광을 위해 클로이네가 일주일 동안 지낼 숙소로 향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운뒤 케리어들을 집안으로 다 옮기자는 딸의 말에 왜? 우리는 저녁에 또 이동할 건데 무거운 짐을 왜 옮기자는 건지 이해가 안 되었다. 차 안에 있는 내 물건도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안전을 위해 옮기는 게 좋겠단다. 타인에게 죄지을 빌미를 주지 말자는 그 뜻을 이해하고 귀찮아도 짐을 다 내렸다.
첫날 시차적응을 잘해야 그다음이 쉬울 거라고 저녁때 센강 유람선을 타기로 뜻을 모았다. 우리는 하루 온종일을 뜬눈으로 살아가는 중이다. 우리나라는 한참 잠잘 시간인데 여기는 해가 중천에 떠 있으니 어쩔 수가 없다.
가까운 한국마트에서 살짝 열을 가하면 먹을 수 있는 간편 밀키트로 장을 봐왔다. 애써 수고하지 않아도 밥을 먹을 수 있으니 참 편리한 세상이다. 저녁을 간단하게 해결하고 센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숙소 바로 앞에 정류소가 있었고 버스는 기다릴 새 없이 금방 왔다. 버스에 올라 자리 잡고 허리 펴니 벌써 에펠탑 앞에 도착이다. 두 정류장 정도는 살살 걸어도 되지만 버스를 탄 것이다.
클로이는 내리면서 ”아! 에펠탑이다 “ 에펠탑을 쳐다보며 좋아한다. 뒤로 넘어지도록 고개를 젖혀도 끝이 보이지 않으니 “아 높다. 나 올라가고 싶어 저기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어? ” 궁금증이 발동한다. 응 올라갈 수는 있는데 오늘은 너무 늦었어 다음에 가자. 거대한 에펠탑 바로 아래서 꼭대기를 찾으니 쳐다보기도 힘들지. 이제 사진 찍어야 된다며 요리조리 사진 찍으며 잘 놀더니 ”유람선은 왜 안타는 거야. “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니 힘들다고 징징거린다.
우리나라보다 일곱 시간 늦게 아침을 맞는 파리는 저녁이 되어가지만 아침 일찍부터 하루를 시작한 클로이와 우리는 잠도 안 자고 한밤중이 되도록 활동 중이니 클로이가 힘들어하는 게 당연하다. 너무 힘들어하니 더 많은 시간을 견디게 할 수 없다. 지치고 피곤한데 구경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시차적응을 못하고 다음날 비실거리더라도 지금 이 시간이 중요하니 센강 바토무슈 유람선 타기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돌아가자. 결국은 에펠탑을 쳐다보고 센강을 바라보다 발길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