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 에어 프랑스

길고 긴 시간

by 수국

이른 아침이라 공항로비는 조용하다. 탑승할 항공편에 수하물을 위탁하고 아침식사 하러 공항 라운지로 향한다. 우리만 부지런한 줄 알았더니 더 빨리 온 사람들도 많다. 다들 부지런한 여행객들이다. 밥을 다 먹고 차 한잔 마시며 쉬고 있을 때 손님들이 줄을 잇는다. 손님들을 위해 자리를 비켜주고 탑승구 쪽으로 향한다.


에어프랑스 탑승구 앞에서 출발 시간이 될 때까지 기다림의 시간은 여유롭다. 08:10 출발하는 AF267 비행기를 타면 14시간 동안 비행기 안에 있어야 한다니 잘 견딜 수 있을까 까마득하다. 어쨌거나 이동을 해야 또 다른 세상을 볼 수 있을 테니까. 참고 견디는 시간도 필요하다. 탑승 후 클로이네는 두줄 앞에 앉았고 우리는 뒷좌석이다. 자리가 좀 넓은 프리미엄석에다 뒤에 아무도 없으니 신경 쓸 일도 없고 더 자유롭고 편하다.


클로이는 자리 잡자 말자 태블릿을 펴놓는다. 긴긴 시간 동안 원 없이 보고 듣고 게임할 수 있는 이런 날을 얼마나 기다렸을까. 클로이는 먹는 것은 별관심 없고 앞뒤를 오가며 오락으로 시간을 보낸다. “할머니 이 게임 가르쳐 줄게 함해봐 재미있어” 무릎에 답삭 올라앉아 게임을 가르쳐 주는 동안 할머니 다리는 저리고 발끝은 찌릿찌릿 한계를 느낀다. 가르쳐 주는 대로 따라 해도 무딘 손끝은 순간순간을 놓쳐버린다. 긴 시간 동안 몸부림치며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기다림의 시간이 흘러간다.


프랑스식으로 나오는 두 번의 기내식은 먹었어도 도착시간까지 그 틈새가 너무 길다. 잠은 안 오고 먹는 즐거움도 없으면 너무 지겹다. 간단한 간식은 나왔고 주방 앞에 샌드위치도 준비되어 있었지만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셀프서비스다. 먹는 즐거움 뒤엔 꼭 가야 할 곳이 있기에 어디를 가나 화장실 점검은 잘한다. 양쪽 통로에 있는 화장실이 다 열려 있었으면 좋았을걸 한쪽라인은 사용불가다. 우리 쪽은 모두 닫혔고 멀리 돌아서 반대편으로 가야 하니 화장실 이용이 불편하다. 비행기에서부터 화장실 인심이 야박한 프랑스를 느끼게 한다.


생각을 바꾸자. 몸이 뒤틀리면 일어나 화장실을 오가며 몸풀기라도 하라는 건가 보다. 자리에서만 비비적 거리며 몸부림쳐봐도 별 수 없고 운동삼아 화장실 오가며 눈치껏 간식도 챙겨 왔다. 이래저래 시간은 가고 우리를 태운 비행기는 쉼 없이 날아와 지구 반대편 드골공항에 도착한다.


긴 시간 동안 지겹게 견뎌온 몸들이라 너나 할 것 없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빠르게 빠져나간다. 우르르 앞서 가는 사람들의 뒤를 따라 계단을 내려가고 공항철도를 타고 한참 돌아서 입국심사장으로 들어왔다. 입국심사는 너무 쉽게 통과하고 화물 창구 33번 앞에서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진다. 하나 둘 띄엄띄엄 나오는 케리어들을 바라보며 빨리빨리는 한국을 따라가지 못하는구나. 한국 같았으면 벌써 가득 나왔을 시간인데 느리다. 시간이 가면 다 해결되겠지만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속이 답답하다. 마음을 비우자 여기는 한국이 아니고 프랑스잖아 조급증 내지 말고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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