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나 1일 차
김포공항에서 인천공항까지 가는 공항버스가 정차하자 줄줄이 세워둔 케리어를 아저씨들이 실어 준다. 무거운 케리어를 들지 않아도 되니 이렇게 고마울 수가. 목적지 도착해서도 화물칸을 기웃거릴새 없이 케리어가 먼저 나와 있다. 공항버스 서비스 참 좋다. 카트 두 대에 케리어를 나눠 싣고 클로이는 어린이용 케리어를 타고 간다. 안에는 물건을 담고 밖에는 아이를 앉히고 끌고 가니 효과 두 배다. 앉을자리를 만들어준 어린이용 케리어는 누구 아이디어인지 참 고맙다.
숙소 예약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하여 17:30분에 체크인하고 323호 324 호에서 열두 시간 머물다 갈 것이다. 샤워실이 있는 더블베드 방이지만 좁은 공간에 케리어 4개를 줄 세우고 나니 방이 꽉 찬다. 더블베드지만 둘이 잠자다 떨어지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된다. 안전제일 몸부림은 절대금지. 숨 막히지 않을 만큼 꼭 붙어 자야 할 판이다. 오늘은 말로만 듣던 캡슐호텔 그 속에서 하룻밤 잘 지내야 할 텐데. 높은 침대가 더 좁아 보인다.
짐 정리 후 저녁밥은 뭘 먹지. 한식당으로 가자는 말에 오예 내 마음을 잘 알아주는구나. 불고기백반, 김치찌개, 순두부찌개, 더덕비빔밥 각자 식성대로 주문했다. 한식은 오늘 먹으면 한동안 먹을 수 없을 테니 맛있게 먹고 가야지. 클로이는 미역국에 밥을 말아서 한 그릇 뚝딱 잘 먹는다. 저녁 잘 먹고 공항내부를 구경하며 숙소로 돌아와 여행 1일 차 밤을 맞는다.
캡슐호텔에도 있을 건 다 있는데 화장실이 없어서 아쉽다. 공용화장실은 넓고 좋은데 좀 멀다. 잠자다가 부스스한 모습으로 복도를 오가며 타인과 만나면 왠지 어색할듯하다. 밤새 안녕을 위해 잠자기 직전에 화장실을 다녀와야겠다고 나갔다. 화장실에서 클로이와 딱 마주쳤다.
어 넌 누구니?
”아 할머니“
아까보고 또 봐도 반가운 얼굴이다.
바로 옆방 손님인 클로이는 할머니와 같이 가겠다고 기다린다. 323호에 들어가지 않고 할머니 방에서 놀다 가겠단다. 그래 그럼 놀다가 가 그렇게 시작된 것이 “난 할머니랑 여기서 잘래.”
할아버지의 허락이 떨어져야 할 텐데.
” 그럼 여기서 자거라 ”
너무도 쉽게 인심후하게 한마디 던지는 할아버지.
클로이는 “오 예예” 룰루랄라.
난감하네 할머니만 난감하네.
둘도 벅찬 더블배드에 전후좌우로 뒹구는 몸부림쟁이까지 세 명이 어떻게 이 밤을 보낼까. 그래 네 엄마 아빠라도 편하게 잠자게 여기서 우리 셋이 자자. 할아버지는 거꾸로, 할머니는 중간에서 비스듬히 누워 칸막이 역할, 클로이는 침대 머리맡에서 가로로 누웠다. 밤새 얼마나 부딪칠지 잠자기는 틀럈다. 예상대로 손은 얼굴에 부딪치고 발은 배 위에 올라오고 결국은 불침번으로 밤새 뒤척이다 보니 새벽이다. 집 떠나 하룻밤 살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약속한 시간에 체크아웃 잠자다 안겨 나온 클로이도 에누리 없이 체크아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