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와 프랑스로 출발

폭풍우가 몰아쳐도 여행은 시작된다

by 수국

폭염예보에 무더위를 어떻게 넘어설까. 불볕더위를 걱정하던 7월 중순에 곳곳마다 물폭탄이 쏟아져 난리다. 폭우로 침수된 집을 뒤돌아보며 힘없이 걷는 이재민들을 보며 더 큰 피해가 없기를 바랐다. 우리 지역엔 재난피해가 날만큼 큰비는 오지 않았지만 기상예보가 불안하다.


먼 길 떠나야 하는데 제발 무사히 잘 갈 수 있기를. 드디어 그날이다. 출발 준비를 완료하고 현관으로 케리어를 밀고 나가는데 케리어가 새까맣게 그림을 그린다. 이게 뭐지, 케리어에 매직펜이라도 달려 있었나. 무거운 몸체를 지탱하며 열일을 감당해야 하는 바퀴 하나가 부서졌다. 아 이일을 어쩌나. 그냥 갈 순 없잖아. 무게가 장난 아닌데 이 대형 케리어와 몸싸움하며 갈 수도 없고 시작부터 왜 이러지. 급하게 클로이네 남은 케리어를 가져와 교체하고 출발부터 혼이 빠진다.


택시를 타기 위해 1층 출입구로 나오니 이 또한 무슨 일이람. 지금까지 흐리기만 하던 날씨가 갑자기 비바람이 무섭게 몰아친다.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폭풍우다. 지금까지 물폭탄은 잘 피해 가나보다 했더니 하필이면 이 시간에 왜 이럴까. 거센 비바람 몰아치는 하늘을 바라보며 제발 제발! 하늘이시여.


줄줄이 세워둔 케리어를 보며 할머니 한분이 “아이고 어쩌나 이 난리에 먼 길 떠나는구먼 비행기가 뜰까요.” 그러게요 날도 참 희한하게 잡았네요. 순간 반짝이는 생각 하나. 레인코트와 비닐 비옷이 생각났다. 바로 달려가서 비옷을 들고 나왔다. 택시가 먼저 와서 기다릴까 봐 마음이 바빴지만 택시도 날씨가 험악하니 도착 시간이 늦어진다.


할머니는 보고 또 봐도 애틋한지 “날씨가 이래서 어쩌나 쯧쯧! 우리도 며칠 전에 비를 맞으며 제주도 다녀왔는데 “ 걱정하며 관심을 보인다. 그러게요 비가 쏟아지는데 이러고 있네요. 택시는 비바람에 우왕좌왕하며 늦게 도착했지만 고맙게도 비 맞지 않는 곳까지 들어와 주었다. 무사히 택시는 탔으니 공항까지 가는 건 기사님 손에 달렸다. 비는 여전히 거칠 줄 모른다. 일기 예보에는 우리가 출발할 시간에는 비예보가 없었는데. 갑자기 몰아치는 폭풍우가 출발부터 힘들게 한다.


”멀리 가시나 봐요. 오늘 새벽에도 공항까지 갔는데 그때는 앞이 안보였어요. 지금은 약한 편입니다. “

그래요. 이 비가 약하다고요. 고생하셨겠네요.

“오후에는 비예보가 없어서 세차하고 나왔더니 또 이렇게 비가 오네요. “

그러게 말이에요 세차 헛수고했네요.

비바람이 불어도 비행기는 뜨는지 모르겠어요.

”비행기는 문제없지요 하늘 위에는 날씨가 멀쩡할걸요 “

공항입구에선 비를 안 맞고 짐을 내릴 수 있을까. 비옷을 입어야 하나 머릿속이 복잡하다. 다행히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에 주차를 할 수 있었다. 후유, 케리어를 끌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꼬마아가씨가 걸어오고 있다. 누구지? 우리 클로이 닮았구나 하는 순간

“할머니”

아니 클로이가 맞았어. 우리가 분명 먼저 출발한다고 했는데 클로이가 우리 뒤를 바로 쫓아왔구나. 어제 보고 또 봐도 귀한 손녀를 만나니 오랜만에 만난 것처럼 반갑다. 둘이 얼싸안고 이 빗속에서 잘 왔구나. 출발시간이 되기까지 쉴 여유가 있으니 다행이다. 오늘 할 일은 국내선 비행기 타고 인천공항 가서 1박 하는 것 까지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