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맑은 사람을 보았다

일상생활 속 이야기

by 수국

TV에서 20년 차 장례지도사를 소개했다. 당연히 건장한 남자가 나올 줄 알았는데 화면에 나타난 장례지도사는 젊은 여성이었다. 참 의외라는 생각을 하며 빠져들었다. 결혼도 안 한 23세 나이에 장례지도사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다니 더 놀라웠다. 참 특별한 사람이다. 부모님의 의사를 물었을 때 아버지와 오빠는 적극적으로 반대했는데 엄마는 딸의 성격을 봐서 하면 잘하겠다고 응원했다고 한다.

엄마의 지원에 힘입어 지금까지 잘하고 있다고.

한 번도 이 직업을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한 적 없고 천직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에 참 타고난 사람이다. 남자들도 반대하는 쉽지 않은 그 일을 하겠다는 딸이나 찬성하고 지원하는 엄마나 둘 다 특별한 사람이다.

젊디 젊은 딸이 장례지도사를 하겠다면 반대부터 할 것 같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진정성이 느껴졌고 영혼이 맑은 사람이구나. 좋은 이미지에 호감이 갔다. 그러나 남편을 자기 손으로 씻기고 닦아서 수의가 아닌 평소에 좋아하던 개량한복을 입혀서 보냈다는 그 말에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났다. 아직 젊은데.

내가 못하는 일을 잘하는 사람을 보면 더 대단해 보인다. 나는 피를 보는 것이 제일 무섭고 죽은 사람은 더 무서워서 피할 수만 있으면 피하고 본다. 나도 모르게 고개가 돌아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일 년에 몇 명인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을 마지막으로 대면하는 그 여인이 대단하다 못해 잔잔한 그 모습이 존경스럽다. 나는 죽어도 감당 못할 일이기에 더 그렇다. 천직이라는 그 소리에 "타고 난 사람이다. 누구나 다 잘하는 것이 한 가지씩은 있는 모양이다." 남편의 그 말 끝에 난 뭘 잘하는 걸 타고났을까? 도대체 잘하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난 뭘 잘하는 게 있냐고 물었다.

남편의 대답은 너무도 쉽게 "글 쓰는 것"이라고 했다. 그것도 아닌 것 같은데 타고난 실력도 없지만 밑천이 없어서도 못쓴다니까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된다."라고 용기 주는 그 말은 고맙지만 가당키나 할까. 글쓰기를 잘하지는 못해도 좋아하기는 한다. 고개 돌릴 만큼 무섭지는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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