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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린 Dec 12. 2023

원내 장수하는 프로그램 세팅하기

병원의 새로운 프로그램 세팅 프로세스!

병원을 운영하다 보니 내 카카오톡 에는 이곳저곳 과목도 다양한 병원들의 카카오 플러스 친구가 가득하다. mso로서 이전 병원을 경영할 때에도 다른 병원들의 카카오 플러스 친구를 보면서 벤치마킹 하기도 했었기에 항상 유심히 들여다보게 되는 부분이다. 몇몇 병원은 하루가 멀다 하고 톡을 부지런히 보낸다. 대부분의 내용은 병원의 프로그램 홍보. 그리고 할인 프로모션 소식! 나는 이런 톡을 단순히 눈에 보이는 내용에 포커스해 보기보다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어떤 프로세스로 세팅해서 최종적으로 나에게까지 소식을 전하게 만들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병원에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매 달 끝도 없이 생겨난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 우리나라의 의료시장이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것은 의료업계에 있지 않아도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을 거다. 이 발전속도에 맞춰 의료장비나 프로그램 역시도 매일이 무색하게 새로운 것들이 쏟아진다. 수많은 의료장비나 제약사 등의 업체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장비와 다양한 리플렛을 들고 병원을 찾아오고 담당자들은 소개 파일을 첨부해 부지런히 메일을 보내온다. 이에 맞추어 병원에서는 새로운 기술과 장비를 들이면서 파생되는 신생 프로그램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세팅하는 것이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다. 


나도 병원에 있을 때에 하루가 멀다 하고 수많은 프로그램을 세팅하던 기억이 있다. 언제나 내 업무리스트에는 '00 프로그램 세팅' 의 내용이 여러 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여전히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는 프로그램도 있고, 몇 개월 실행되다가 애석하게도 환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해 조용히 사라진 프로그램도 있다. 티비속 드라마나 예능으로 생각해 보면 예상보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아 추가 편성 제작으로 이어지거나, 혹은 생각보다 빠르게 종영되는 안타까운 여럿 프로그램들처럼 병원의 프로그램도 같다. 


프로그램을 새로 만드는 것은 단순히 장비나 재료, 기술만 들여오면 되는 것이 아니다. 효과적으로 환자들에게 어필될 만한 작전을 잘 기획하고 직원들이 이를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브랜드의 제품과 같이 프로그램을 런칭하는 모든 준비가 잘 이루어져 있어야 비로소 환자들에게 새로운 프로그램을 소개할 수 있다. 




내가 원내의 새로운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세팅하기 위해 짚었던 프로세스

0. 우리 병원의 컨셉과 맞는지 / 시술진의 업무 로딩이 현재 어떠한지.
1. (마케팅) 환자 타켓군 세밀화하기
2. 활성화 작전 짜기
3. 직원 교육 / 실 진행 프로세스 회의
4. 결과 체크 및 보완점 강화하기 


0. 우리 병원의 현재 컨셉 고려하기, 시술할 의료진의 업무 로딩 체크하기.

그동안 수없이 많은 업체들과의 미팅을 하면서 느낀 점은 그들의 설명을 들고 있자면 추천해 오는 모든 것이 우리 병원에 필요한 것 같고, 정말로 유용해 보인다는 것이다. 꼭 있어야 할 것도 같고 마치 현시대에 없으면 안 될 것 같이 장비설명을 늘어놓는 와중 정말 이 프로그램이 우리 병원에 좋은 시너지를 낼 만한 것인지 냉철하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병원 컨셉과 맞고 활용도가 충분히 있다는 판단이 되었다면 시술할 의료진 혹은 실무진의 업무로딩이 추가로 가능한지 여부를 체크한다. 당연하지만 장비나 재료만 들여와도 될 것도 아니고 담당해서 진행해 줄 스텝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현재 인원의 업무로딩이 이미 높은 수준이라면 장비를 들이면서 동시에 인원도 충원해야 하기 때문에 세팅기간과 함께 추가로 지출이 발생 될 부분도 고려되어야 한다. 


보건복지부에서 분석.공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OECD 보건통계(Health Statistics) 2022’  한국 현황 내용중 발췌.


1. 대상으로 하는 환자 타겟군을 확실히 정한다. 

물론 이 부분은 원장님이 장비나 시술을 도입하고자 결정했을 때부터 그 대상이 이미 명확했을 거다. 그러나 실제 도입을 하게 되는 순간에는 그 타겟군을 좀 더 세밀하게 정해 보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단순히 여성/남성 타겟 보다는,

* 근육회복이 중요한 운동선수

* 만성피로가 있는 20대 사회초년생 

* 항노화에 돈을 아끼지 않는 50-60대 여성 

* 한쪽 운동만 하게 되는 골퍼

이런 식으로 타겟군을 명확히 하고 어떻게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정말로 선호도가 높을지 고민해 봐야 한다. 다양한 분류의 타겟군이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대상을 확실히 정하고 그에 맞춘 효율적인 홍보를 하는 것은 프로그램 활성화에도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2. 정해진 타겟군에 맞는 홍보방법 정하기, 원내 프로모션 만들기 

사실 모든 프로세스에서 내가 제일 재미있어하는 단계다. 이미 세팅하기로 한 것은 확정이고, 이제 어떻게 하면 환자들에게 인기가 있으려나? 하면서 고민하고 실질적으로 반응을 얻기 위해 준비하는 중요한 단계이기 때문이다.(모든 단계에서 중요하다라고 쓰고 있는 것을 보니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 없는 듯..) 프로그램 세팅 성공의 결과도 이 단계의 완성도에서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말한 대상이 명확해졌다면 대상 환자들의 특성에 맞춘 홍보방법과 문구를 정해야 한다. 세밀하게 타켓팅을 선정한 만큼, 애매하게 모두를 지칭해서 던지는 홍보물보다는 '딱 나한테 필요한 건데!' 라고 각인될 만한 홍보가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홍보 문구는 당연하고 해당 환자군이 선호할 만할 시간대를 설정해 볼 수도 있다. 그리고 환자의 첫 시도를 끌어낼만한 프로모션을 만들어 본다. 

1) 초기 런칭 이벤트로 좋은 혜택을 주는 것은 환자들의 경험을 끌어내기에 제일 쉽고 간단한 일반적인 방법이다. 2) 연관성이 있는 기존의 시술이나 제품과 연계해서 만드는 것은 시술효과도 좋고 프로그램을 짜는 재미가 있다. 

3) 인기가 많은 시술에 살짝 얹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는 것도 환자경험을 만들어 내기에 좋은 방법이었던 기억이 난다.


3. 직원들과 회의(교육),  동선, 진행 프로세스 짚어보기 

실제 실행하는 단계에서 꼭 짚어야 할 부분이다. 환자를 대면하는 전 직원들에게 새로운 시술을 도입하는 것을 알리고 충분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나 새로운 시술에 관해 직원들의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응대가 어설프다면 그 병원 프로그램은 금세 종영되어 버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직원들과 함께 새로운 프로그램의 진행 동선을 짚어본다. 오더에서부터 실제 움직이는 리허설을 해 보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원장님은 오더를 어떤 식으로 내실지, 그리고 준비방식과 담당 부서/인원이 누구인지, 그리고 오더 이후 원장님, 직원들과 환자의 동선까지 미리 실제 리허설을 충분히 진행해 보아야 한다. 병원을 처음 개원할 때에도 제일 애로사항이 생기는 것이 의외로 이런 부분인 것이, 환자가 진료실에서 나오고 나서 그다음 프로세스를 진행해야 할 때, 진행 전 결제는 먼저 진행할 것인지 그리고 오더는 어떤 부서에서 전달받아 안내할 것인지 등 모든 순서와 역할을 제대로 정해놓아야 진행에 꼬임이 없다. 실로 원장님의 역할은 진료와 시술, 의료인으로서의 기술적인 부분인 것인데 그 외의 모든 것들이 진료실 밖에서 손발이 착착 맞아야 가능한 것이다.  


4. 결과 체크 

제일 기대되는! 설레이는 부분이다. 실로 바로 효과를 보기에 어려울 수도 있지만 사실 새로운 프로그램 세팅 후 눈에 띄는 결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미 환자들에게 새로운 프로그램에 관해 초기 마케팅을 충분히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진정 잘 세팅된 프로그램이라면 BEP(손익분기점)을 빠르게 잡고 그 첫빨이 오랜 기간 갈 수 있을 것이고 얼마 가지 않아 환자들의 선호도가 줄어든다면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단순히 프로그램 도입의 실수보다는 홍보 마케팅이 부족했을 수도 있고, 금액적인 부분이 맞지 않거나 실무적으로는 직원들의 적극적인 설명이 부족할 수도 있을 것이다. 프로그램이 생각보다 선호도가 좋아도, 좋지 않아도 어느 프로세스를 보완하는 것이 좋을지 미흡한 부분을 짚어보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무엇보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들이는 것에 있어서 내가 제일 정말로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우리 병원의 컨셉과 일맥상통하게 잘 맞는지(너무 다른 영역의 시술이라던지..) 당장 돈을 버는 목적보다 정말로 효과를 보는 시술(프로그램)인지였다. 개원의로 몇 해를 보내신 원장님들을 찾아뵙다 보면, 병원에 골칫덩이 재고로 남아있는 장비들만 모아두는 방이 따로 있으신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새로운 장비가 계속 업그레이드되어 나오는 이유에 어쩔 수 없이 뒷방으로 가게 된 장비도 있고 성급한 결정에 들이셨다가 잘 활용되지 못한 채 먼지만 쌓이고 자리를 차지하는 장비들도 있었다. 저렴하지도 않은 의료장비들이 안타깝게도 원내에 나뒹굴고 있는 이유는 참으로 다양하다.


내가 컨설팅했던 한 병원은 내과의원이었는데, 원장님이 갑자기 성형외과 시술을 하시겠다며 미용장비와 시술도구를 사들이기 시작하셨던 시기가 있었다. 00 병원에서 새로운 장비로 한 달에 매출이 얼마가 늘었다, 환자들이 입소문이 나서 몰려오고 있다 등의 영업사원의 멘트에 넘어간 원장님은 단순 미용장비를 넘어서 어느 날 갑자기 줄기세포 시술을 하시겠다며 무조건적인 세팅을 닦달하셨다. 장비는 조금 천천히 구매하시고 세팅을 준비할 시간을 주시라고 몇 차례 말씀드렸지만 이미 마음이 급한 원장님은 장비부터 사고 공사부터 하면서 의사 면접을 보자 하셨다.

수술실과 시술실을 인테리어 하고 장비를 들인 것까지 생각하면 갑자기 진행하게 된 줄기세포 세팅에 몇 천을 들여야 했다. 그런데 제일 문제는 당장 시술할 원장이 없었다. 장비 구입과 인테리어를 하면서 원장을 뽑으려 인터뷰를 수차례 봤지만, 내과에서 시술을 한다니 지원을 했다가도 의아해하며 돌아가는 원장님들이 태반이었다. 계시던 원장님들은 이미 기존의 진료 외에 추가적으로 시간을 만들기가 어려운 상황이었고, 결국 힘들게 아는 원장님을 통해 주에 몇 번 오셔서 줄기세포를 시술해 주실 수 있다는 원장님을 컨텍했으나 아쉽게도 우리가 이미 구입해 둔 그 회사의 장비는 사용하지 않는다 하셨다. 결국 몇 천만 원을 들여 세팅했지만 공사까지 하고 수술대와 무영등까지 달아둔 새로운 공간은 창고로 사용되고, 그 장비는 장비회사에서 반품을 받아주질 않아 박스채 그대로 남아있다. 


뒤늦은 후회와 함께 손해를 보더라도 장비를 팔아달라 하시던 원장님에게 나는 위의 프로세스를 짚을 시간도 주지 않으신 것에 대한 서운함과 동시에 이미 지출 된 금액이 아까워 함께 속상해해야만 했다. 




나는 꾸미기 좋아하는 여자대표라 쇼핑을 좋아한다. 해마다 철마다 예쁜 옷을 사고 구두도 산다. 하지만 올해 초 옷 방에 더 이상 옷을 걸 자리가 없어지고 매 년 한 번도 입지 않은 채 사온 그대로 택이 달려있는 옷들을 보면서 나의 쇼핑습관을 점검하고 더 이상 불필요한 쇼핑을 하지 않기로 했다. 멋을 부리거나 진료에 관련된 것 외의 별다른 소비를 하지 않으시던 내과의원 원장님께서 장비쇼핑을 좋아하시던 것을 생각해 보면 어떤 마음이실지 너무나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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