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Bored

by 오롯하게

지루해 죽겠는 이 시간. 회사원이었을 보름 전을 생각해보면 마냥 기쁘기만 할 시간이다. 벨이 댕-댕-하고 울리는 퇴근시간. 그러나 글만 쓰는 백수에게는 별 다를 것 없는 18시 정각이다. 지루함만이 가득하다. 오전 내내 보낸 것 같은 시간은 고인 물처럼 내 주위를 부웅 뜨게하고 좀처럼 점잖게 가라앉을 생각을 하지않는다. 글을 조금 더 써야하나, 책을 읽어야하나, 구직정보를 뒤적이다보면 조금 더 즐기자는 내 안에 다른 내가 나와 마우스질을 잠자코 멈추게한다. 지루하다. 아아- 지루하다.


뭐 그렇다고해서 일상에서 지루함을 느끼는건 백수만이 아니다. 학교를 다녔을 때에도, 직장을 다녔을때에도 마찬가지었다. 수업시간은 왜이렇게 안가는지 교수님 몰래 핸드폰을 들여다보기 바빴고, 피켓팅에서 밀린 수강신청덕에 생겨버린 공강을 메꿀 수 있는건 잠이나 비디오실 영화밖에 없었다. 8시 출근이었던 전 직장에서의 오전시간은 일을 해도해도 끝이 없었고 그나마도 있던 일들을 다 쳐내고 나면 늘 재미있던 인터넷 쇼핑도 흥미를 잃어 오로지 생각나는건 퇴근하고 갈 집생각 뿐이었다. 퇴근시간이 되어 회사를 나와 집으로 가는 길의 기쁨은 또 잠시었다. 길었던 출퇴근 시간 때문에 장작 2시간을 서서 가야했던 지하철 안에서의 시간은 2배 4배로 느껴지기 쉽상이었다. 그나마도 좋아하는 책조차 읽을 수가 없다. 만원 퇴근열차안에 서서가면서 책을 읽기란...겪어본 사람만이 알것이다.


사실 오늘의 키워드가 지루함이라 온갖 지루했던 순간들만 나열하기 바빴다. 안다. 지루함 외에 즐겁고 기분좋고 상큼한 순간들도 여럿이라는걸. 그러나 보통 삶은 좋은 순간들 보다는 그저그런 순간들이, 행복한 시간들 보다는 행복하려 고민하는 시간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아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잘 알것이다. 간혹 피어난 꽃과 열매들이 밋밋한 순간들을 향기롭게 달게 해주어 그 밋밋함을 웃으며 지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Boring하다. 정말이다. 글을 쓰고 난 후 발행을 했을떄의 기쁨이 이 순간들을 무마시켜주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두번째 사품을 기록했다. 부디 밋밋한 당신의 작은 시간을 조금은 다르게 채워줬길 바라며,

오늘의 Bored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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