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궁금하다
'혼자 있는 시간, 잘 보내기'
요즘 가장 잘 해내고 싶은 일들 중 하나이다.
남들은 혼자 있고 싶어들 안달인 것 같던데
지독히도 스스로를 '집순이'로 칭했던 사실이 무색할 만큼
'오롯이'혼자가 되는 것을 이토록 두려워할 줄을 몰랐다.
집에서 혼자 머리도 감지 않고 세수도 하지 않은 채
간신히 이만 닦고 소파에 드러누워 텔레비전을 보면서도
내 옆에 조용히 누워있는 휴대폰이 지-잉하고 울리며
나를 귀찮게 해주길 끊임없이 바랐다.
무엇이 그토록 지루하고 아쉬웠던 것인지 아직도 알 수가 없다.
지난 연애들이 끝을 맺고 온전하게 '혼자'가 되었을 때
갑작스레 밀어닥쳤던 그 '혼자됨'은
또다시 혼자의 시간을 불안해하는 나의 안타까운 실체를 여실히 드러내 주었고,
꽤나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혼자 있을 때 100이어야 둘이 되어도 서로 50씩을 보태어 100이 될 수 있음을 알기에
별 것 아니라 생각될 수 있는 '혼자 잘 보내기'에 대한 문제가 크게 다가왔다.
그렇게 생각했던 첫 번째가 1. 취미 만들기였다.
교보문고에 가서 컬러링북을 샀다. 작은 칸들에 집중하여 꼼꼼하게 색을 입혀주다 보면
머릿속에 꽉 차 있던 잡스럽고 불필요한 생각들이 잊히겠지. 하는 마음에서.
결론적으론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작은 칸들에 온 신경을 모아 색칠하다 보면
하고 싶지 않은 생각이 떠오르고 그 생각에 집중을 하게 되더라.
또 하나.
뒷 목이 당겨 더는 못하겠다.
그러다 생각한 것이
혼자 있을 때 2. 무엇을 하는 나의 모습을 내가 좋아할까 였다.
저번 주말 완전하게 집이 비게 되어
완전하게 혼자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주말을 만나게 되었는데
습관적으로 처음 든 생각은 '누군가를 집에 초대해야겠다'였지만,
이 황금 같은 기회를 잘 써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렇게 혼자 주말을 보내겠다 다짐하고 생각하니
설렘과 기대가 나를 찾아왔다.
늦은 금요일 야근을 마치고 집으로 와
간단히 씻은 후 잠에 들었다.
오전에 부모님이 나가시는 소리에 잠깐 잠자리를 뒤척이다
침대로 올라온 강아지와 포근하게 2차 잠자리에 들었다.
뒤척이면서 잠에서 깨니 어느덧 열 시 반
눈만 뜬 채 1. 침대에서 사부작사부작 몸을 뒹굴거리는 일이
이토록 행복할 줄이야.
내일도 회사도 친구도 할 일도 분노하거나 기뻐할 일도 헤어진 옛 애인 생각도 없이
완전하게 여유로웠다. 정말 그 순간이
그토록 행복할 줄이야.
옆에서 곤히 잠든 강아지를 꼼지락거리며 괴롭히다가
손을 뻗으면 잡히는 머리맡에 두었던 블루투스 스피커에 벅스를 연결하고
좋아하는 노래를 틀었다.
더 완전하게 행복해졌다.
좋아하는 구절을 흥얼거리면서 조금 더 배가 고파지기를 기다리다가
문득 커피가 마시고 싶어 져, 커튼을 환하게 치고 찌뿌둥한 몸을 깨우려 샤워를 했다.
홀가분한 기분으로 스피커를 거실 한가운데 두고 부엌으로 가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벅스 머그컵에 카누 두 봉지를 얼음과 함께 탄 후
부엌에 서서 한참 커피를 마셨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오롯이 나만을 위해 불러지는 노래 같았는데,
나 혼자 있는 그 큰 집에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을 들으며
머리도 말리지 않은 채 2. 부엌에 서서 마시는 그 커피가
그토록 황홀할 줄이야.
그 순간이 이토록 그리워질 줄이야.
아마 조금 더 배가 고픈 상태였다면 더더욱 완벽했으리라.
누군가가 나를 궁금해했으면. 하고 바라왔던 일들이 모조리 의미 없었음을 알았다.
내가 먼저 나를 궁금해했어야 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있을 때 행복해하는지
어떤 순간들 속에 있고 싶어 하는지.
그렇게 나를 궁금해하고 그 순간들 속에 나를 퐁당 담가놓으니,
그제야 조금씩 내가 차오르더라.
이렇게 내가 나를 먼저 채우고 싶다.
누군가를 만나도 채워지지 않던 비어진 공간들은
오롯이 나만이 채울 수 있음을
하나씩 알아가고 있다.
나는 나를 더 알고 싶다.
나는 내가 여전히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