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앤드게임의 강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앤드게임의 강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닥터가 말한 1400만의 1의 경우는 승리했으나, 나의 인피니티 워는 패배했다. 재로 사라져버렸던 히어로들과 이번 앤드게임에서 다시 살아난 친구들 그러나 나에게는 영영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안다. 그 중에서도 아이언맨은 나의 영원하고 든든한 친구이자 오빠같은 존재였다. 누군가 궁상맞다며 혀를 찰지언정, 그는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
마블을 접하게된건 11년전 아이언맨1이 나왔을 때였다. 왜인지 모르게 히어로를 좋아하던 친오빠가 ‘대박’이라며 나를 이끌고간 극장에는 지옥같은 상황에서도 고철수트를 만들어 입고 멋지게 탈출을 하던 아이언맨이 있었다. 멋졌다. 아이언맨이 곁이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게 어느덧 11년이 지나버린것이다. 그런데 그가 사라져버렸다. 사무치게 서글펐다. 세계적으로 많은 관객들이 인정했듯 아이언맨은 로다주(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아니면 할 배우가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언맨이 로다주며 동시에 로다주가 아이언맨이었다. 그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던 이유를 ‘탁월했던 연기’라고만 말하려하면 아쉬움이 저 창밖에서 큰 파도로 밀려온다.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그리고 그의 죽음에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앤드게임의 시작은 인피니티워 후에 덩그러니 우주에 남아버린 네뷸라와 아이언맨의 초라한 땅따먹기 게임으로 시작한다. 영화가 시작한지 5분이 되지 않아 울컥하는 마음을 눈물로 떨쳐낼 수 밖에 없었다. 애정하는 피터와 함께 싸운 전우들을 잃은채 고장난 우주선에 갇혀버려 어디로도 갈 수 없어 영혼까지 말라버린듯한 초췌한 아이언맨은 우리가 무엇이라고, 내가 무엇이라고 지켜주지 못한 미안한 감정으로 온 마음을 채웠다. 줄곧 영화가 진행되면서 눈물을 멈추지 못했던 이유는 모두 아이언맨이었다. 그는 나의 오래된 친구이자 든든한 오빠같은 존재였다. 너무 아이언맨만을 애정하고 편애하는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그렇다고 답할 수 밖에 없었다. 나에게 그는 그러하다.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엑스맨속 울버린의 마지막을 담은 ‘로건’을 볼때는 영원히 곁에 있을 것 같았던 ‘울버린’이라는 히어로의 죽음에 가슴이 아팠다면 아이언맨은 조금 다른 문제였다. 그의 마지막이 담긴 앤드게임의 장면에서 나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페퍼의 이름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에 온 세상 가득한 사랑과 미안함이 그녀에게 가닿았다. 딸을 향한 3000만큼의 사랑이 온 관객들에게 울려퍼졌으리라. 페퍼를 부르는 그의 마지막 목소리에, 치즈버거가 먹고싶다던 모건의 말에, 토니의 심장이 따뜻했음을 알리는 그의 첫 아크로원자에, 아버지에게 고맙다며 건넸던 따뜻하지만 조금은 서툴렀던 그의 포옹에 지난 아이언맨과 함께했던 11년이 마음 속에서 스쳐지나갔다.
보통 나는 좋아하는 영화가 생기면 두번이고 세번이고 극장에 가서 보는주의다. 특히나 마블영화라면 기본적으로 극장에서 3번은 보는 편이다. 아이언맨 1부터 지난 어벤져스 인피니티워까지 그렇지 않은 작품이 단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 어벤져스 앤드게임은 달랐다. 보는 내내 두번 다시는 이 영화를 보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두번은 보고싶지 않았다. 그가 떠나는 순간을 다시는 볼 수 없었다. 지난 11년간 소중히 여겨온 무언가가 사라진 공허함과 허공에 사무치는 서러움을 무엇으로 달래야할지 막막하다. 그가 없는 어벤져스는 앞으로도 지구를 든든하게 지켜줄 것이다. 그가 없이도 페퍼는 멋진 엄마로써 모건을 키워낼 것이고, 피터는 아이언맨의 재치와 능글맞음을 헛헛하지 않게 채워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사라졌다는 사실은 마음 한구석에 영영 남을 듯 하다. 그의 죽음으로 세상을 구했으나 그의 죽음은 너무나 가슴아프다. 그가 토르같은 신이 아니었기에, 헐크와 같은 목숨이 아니었기에 적당한 사람으로서의 수명을 다하면 언젠가 사라질거라는 것을 알고있었음에도 그의 부재는 너무나 크게 느껴진다.
어벤져스중 가장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일 것 같이 우리앞에 나타난 히어로. 천재, 플레이보이, 억만장자였던 아이언맨은 그 누구보다도 희생적으로 몸을 던지며 세상을 구하려했다. 가족을 사랑했고 동료를 걱정했다. 그리고 그는 세상을 구했다. 이제는 곁에 없는 그에게 뜨거운 감사와 사랑을 담아 눈물을 흘린다. 그동안 감사했다고, 그리고 정말이지 든든하고 즐거웠다고. 치즈버거를 먹을때마다 당신을 떠올리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