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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하게 Jul 06. 2016

밤의 인사

동그란 달이 콕 찍혀있는 그 순간들

그동안 찍어왔던 사진들을 돌아보면

유독 밤에 하늘을 찍은 사진이 많다.

낮에 볼 수 있는 파란 하늘이나

햇빛에 반짝이는 꽃들 

여유로운 카페에서 찍은 커피잔이나

한껏 예쁜 표정을 짓고 찍는 셀카들 말고도

유독 달이 콕 찍혀있는 하늘을 찍은 사진이 

참 많다.


일 년 전쯤인가.. 문득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사람들이 걸음을 옮기면서 보는

세상의 아래쪽과 오른쪽 왼쪽 말고 

위쪽을 사진에 담고 싶다는 생각.

보이는 것 말고

보려는 것을 사진에 담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


신호등을 건너려다 말고 

고개를 들어 가로등을 찍었다.

항상 위에서 빛을 내려주는 것들에 

감사하자는 마음으로.






집 주변을 어슬렁 거리다가

유난히 달이 동그랗던 어느 날 밤

달이 콕 박혀있는 빈 하늘을 찍었는데

그게 꼭 이 세상에 

저 동그란 달과 나만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밤이 좋다.

밤은 밝았던 낮에 느낄 수 없는

내가 이 삶의 주인공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쥐어준달까.






유난히 사람이 많은 이 정류장에

앞만 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문득 나를 쳐다보고 있는 달이 보였다.

동그란 달과 

동그란 가로등 빛






깜깜한 밤하늘에 콕콕 찍혀있는

밝고 동그란 것들 모두가 좋았다.

편안해지고 조금은 몽롱해진달까.


낮에 보였던 많은 것들 사이에서 

깜깜한 밤이 되면 불 필요한 것들은 가려지고

빛나는 것들만 보이는 그 순간이

밤에 콕콕 찍혀있는 그것들이

참 좋다.


꼭 나도 저렇게

동그라고 밝게 빛이 나고 있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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