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by 존 윌리엄스
스토너. 당신의 삶을 떠올리면 여름도 겨울도아닌 그 어디쯤에 놓인 아주 넓고 잔잔한 바다가 떠올라요.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하늘 아래의 바다. 가끔 큰 파도가 하나씩 밀려오긴 하지만 그래도 곧 잔잔함을 되찾는 그런 바다.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이뤄내야만 성공적인 삶이었다고 생각하며 살아가죠. 돈을 많이 벌거나 명예로운 자리에 올라 권력을 갖게되거나 성공적으로 아이들을 키워낸다거나 하는 것들이요. 무언가 하나에 과도하게 몰입한 채로 살아가다가 보면 ‘무엇을 위해 이렇게 쫓기듯 살아갈까’ 걸음을 멈추게 되는데, 그럴 때 마다 나는 늘 생각했어요.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걸까. 누구에게나 주어진 이 삶의 시간을 과연 어떻게 살아내야 잘 살아내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지금껏 내가 해온 것들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눈물 짓기도 하며 힘들었던 나에게, 스토너 당신의 삶은 위로였어요.
처음 당신이 당신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뜻을 누르고 학자가 되기로 한 것을 대단하다 여겼어요. 지금껏 살아온 것과는 완전히 다른, 전례없던 형태의 삶에 몸을 던지는 것이었으니까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본인이 살아가고있는 삶의 방향을 바꾸고 싶지만 머릿속에서만 여러번 상상하고 되뇌일뿐,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잖아요. 저 또한 그렇죠. 그리고는 나를 탓해요. 용기가 없고 나태하다고 말이에요. 그래서 저는 당신이 방향키를 돌리는 그 순간을 마음속으로 열심히, 여러번 응원하고 박수쳤어요. 그건 어쩌면 저 자신에게 보내고 싶은 격려나 응원같은게 아니었나 싶기도 해요.
누구나 살아가면서 늘 행복하고 좋은 일들만 있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시련은 갑작스럽게 찾아오죠. 당신이 첫눈에 반했던 이디스와의 결혼생활이 생각지도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갈때, 로맥스 교수와의 해결되지 않는 갈등 그리고 당신의 아름다운 세상이었던 그레이스의 갑작스러운 임신. 이제야 만난 것 같았던 영혼의 단짝이었던 드리스콜양과의 침묵 가득했던 이별.
그렇지만 당신은 또 크게 행복하기도 했어요. 첫눈에 누군가에게 반해 사랑에 빠지기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흔한 경험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분명 이디스를 처음 봤던 그 순간 당신은 황홀하도록 행복했을거에요. 열심히 공부를해 교수가 된다는것 또한 쉽고 당연하지 않죠. 교수가 되어 당신의 강의를 신청하는 학생들이 줄을 서는 순간 당신은 스스로에게 뿌듯함과 잘 살고있다는 안도감을 느꼈을거에요. 세상에 하나뿐인 당신의 사랑스러운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은 이루 말할 수 없었겠죠. 비록 본인의 삶에서 도망치기 위해 당신과 결혼한 이디스와 가족으로부터 도망치기위해 결혼을 이용한 당신의 하나뿐인 천사 그레이스에게서 큰 좌절과 무기력함을 느꼈을 테지만, 그 거센 파도에서도 당신은 무한하도록 넓은 바다처럼 그것들을 잠잠하게 만들었죠. 그런 당신의 삶이 저에게 위로가 되요. 그래서 미안하기도 하네요. 당신의 무기력한 일들을 통해 저를 위로해버렸어요.
아마도 스토너 당신의 삶이 저에게 또 다른 이들에게 위로가 된 이유는 마냥 행복하지만도, 마냥 불행하지만도 않아서이지 않을까요. 사실 행복은 우리가 살아가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그 시간동안에 많이 등장하진 않는다고 생각해요. 보통과 힘듬 사이에서 가끔가다 피어나는 작은 행복들로 그 시간들을 곱씹고 되뇌이면서 그 힘으로 살아가는게 아닐까 해요. 그래서 당신의 힘들었던 시간들 속 작은 행복들. 그냥 내가 견뎌내고 버텨내는 이 삶의 형태가 나만의 것이 아님에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리는것일지도 몰라요. 고맙고 또 미안해요.
스토너. 당신이 그랬듯 저도 제 삶에 닥쳐오는 위기들과 불행들을 묵묵히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는 문구가 있어요.
'삶의 파도들이 일어나고 가라앉게 두라, 너는 잃을것도 얻을것도 없다. 너는 바다 그 자체이므로'
온갖 복잡한 생각들과 마음처럼 되지 않는 숱한 일들로 흔들릴때마다 빈 종이가 검은 색이 되도록 빼곡하게 이 문장을 쓰고 또 썼어요. 작고 큰 파도들에도 내가 있는 이 자리에서 묵묵히 그 파도들이 잔잔해지길 기다리는 넓은 바다같은 사람이 되고싶다고 생각했어요. 스토너, 당신은 이 문장과도 같은 사람이네요. 앞으로 남은 저의 삶도 당신과 같이 이겨내길, 바다같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그렇게 살아갈게요. 다시한번 당신의 삶에 고마움을 보내요. 고마워요 스토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