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저녁. 가로등 및 버스정류장 지붕에 부딪히는 빗줄기들이 눈이 부시게 예뻤다. 그저 예쁘다는 말로만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영롱하고 애틋했다.
타닥타닥, 플라스틱 지붕에 빗방울이 부딪히는 소리가 차분해진 마음을 토닥토닥 두드린다.
가로등 불빛이 빗줄기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며 다시 한번 튀어오르는 빗방울들에 비춰지는 형태가 마치 반딧불이 같기도 하다.
미처 찍어놓지못한 그 때의 순간들이 눈을 감지 않아도 그려질 정도로 눈에 선하다.
사진처럼 선명하게 남아, 한참동안 휴대폰 앨범을 뒤적였다. 사진보다 선명하다면 이런 느낌일까?
아무런 감정이 없던 장소가 특별해지는건 한 순간이다. 아무런 감정이 없던 이가 마음에 들어오는 것과 같이.
그래서 인생은 찰나이고, 순간이고, 기억이고 매 순간이 버스정류장 지붕에 부딪혀 튀어오르는 빗방울같다. 반짝이는 빗방울들을 볼 때마다 그 때 그 순간이 떠오르길 바란다. 올 해 지나왔던 순간들 중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별 것 없었던 장소와 시간이 올 해 본 순간중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된 것처럼
앞으로 지나갈 셀 수 없는 순간들중 또 어떤 순간이 이토록 가슴에 와닿을지 기대가 되고 설레인다.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이 온다면
내가 지나온 나의 삶 전체가
이렇게 순간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한다.
내 인생의 아픔과 슬픔과 행복과 모든 웃음들이
간절히도 소중해지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