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갔나보다. 어제까지만 해도 시끄럽던 여름이 다 같이 여행이라도 간 것 처럼 사라졌다. 거리를 걸을때마다 양쪽 귀를 울리던 여름 소리는 온데간데 없이, 잔잔한 풀벌레 소리와 반가운 가을이 왔다 알리는 듯한 까치의 깍깍 거리는 소리 뿐이다.
튼튼한 줄기를 뽐내던 한강 옆 나무들은 물에 잠겨 머리 윗부분만 빼꼼 내밀고 있다. 화가 난듯 하늘이 내린 비가 두려워 잔뜩 몸을 움추린듯 보이기도 하다. 많은 것들을 집어삼키고 떠내려가게 한 빗줄기가 언제 땅에 닿았냐는듯, 맑은 하늘을 보여주는게 얄궂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이제라도 다행이다 마음을 쓸어내리며 맑은 하늘을 배경삼아 날아다니는 잠자리들을 보며 이제 곧 가을이 오겠구나 한다.
다음주 처서가 지나고나면 새벽에 맺힐 이슬들이 벌써 반갑다. 이제 곧 새벽에 산책을 나간 강아지가 촉촉하게 젖은 발로 나에게 뛰어오겠지. 저녁에는 선선한 바람이 내 산책길을 함께 해줄걸 생각하니 벌써 마음이 들뜨는 기분이다. 선선한 새벽이면 바스락거리는 셔츠를 걸치고 밖을 나가 더위에 바알갛게 물들어있던 뺨을 식혀줄 서늘한 바람이 반가워 팔을 한아름 벌려 품에 안아주고싶은 마음일 거다.
오늘 하늘은 딱딱하게 굳어있던 회색의 비구름이 비를 잔뜩 뱉어내고 솜사탕처럼 풀어진 구름들만 널널하다. 갓난 아기의 머리칼 같기도 하고 누에고치가 막 뱉어낸 야들거리는 실크 같기도 하다. 이제 더 높아지기만 한 가을하늘을 맞이하는 듯 부드러운 하늘이 머리 위로 가득하다. 새털같은 구름 한 자락이 내 머리위로 슬포시 내려앉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더위에 푹 숙이고 있던 고개를 뒤로 젖히고 끝이 없는 것 같은 높아진 하늘에 반가운 미소를 띄울 준비가 된 것 같다.
한바탕 소란스러웠던 여름이 정말 가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