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추워져오는 바람에, 올겨울 처음 패딩을 입고 집을 나섰다. 두꺼운 외투 중 작년 겨울부터 정리하지 않은 건 패딩뿐이었는데, 밖을 나가 숨을 내쉬어 보니,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하얗게 서려지는 입김에 정리하지 않길 잘했다 하는 마음이다. 소리 없이 겨울이 오고 있다.
사실 보이지 않는 많은 것들이 아름답다. 이를테면 곧 내릴 것 같은 눈의 냄새라던가, 추운 겨울이면 버선발로 호떡을 사러 나갈 그 사람의 미소 짓는 소리, 춥지 않냐며 자신의 주머니에 있던 핫팩을 주는 따뜻함 같은 것들이 그렇다. 그리고 추운 겨울은 싫다면서 추운 밤 달을 보며 호떡을 먹는 건 좋다고 하던 그 사람의 말소리는 보이지 않는 모든 것들 중 가장 아름다웠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것들은 믿지 않는다. 어쩌면 보이는 것들이 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거다. 길가에 핀 꽃이나 우연히 만난 작은 강아지, 누군가 새로 산 반지의 반짝임 같은 것들만이 아름답다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은 드물지만, 그 드문 사람이 내 곁에 있다는 사실은 정말 아름답다.
내가 그 사람의 옆에 있는 이유는 내가 아름다워하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그 사람도 아름답게 여기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나지 못하는 날들에 그 사람이 나에게 매번 보냈을 그 여리고 소중한 마음을 생각해 보니 되려 내가 곁에 있어주지 못한 그 무수한 밤들이 떠올랐다. 나는 그에게 얼마만큼의 보이지 않는 사랑과 마음을 보냈는가, 스스로에게 물었다. 어쩌면 그 사람이 보고 싶었던 많은 순간들과 그 사람을 생각했던 무수한 시간들에 내 마음들이 담아져 있었을 거다. 그리고 그 마음은 어두운 밤, 세상을 비추는 달빛을 타고 그 사람의 추운 밤 창가에 살짝 걸터앉아있었을 거다. 그렇게 그 사람을 빛나도록 비췄겠지.
갑자기 내리는 눈보라를 뚫고 도착하는 집 엘리베이터에서 생각했다. 그 사람의 내일은 어제보다 조금 더 행복하길, 추워진 요즘 그 사람의 주머니 속 핫팩이 어제보다 더 오랜 시간 당신을 따뜻하게 덥혀주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붕어빵 포장마차를 마주치길. 그리고 오래 도록 내가 그 사람의 곁을 비춰줄 수 있는 달빛 같은 사람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