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가 의식적인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살아온 모든 순간들과 주변의 모든 환경들이 낯설게 느껴진다. 이 모든 것들이 이미 내 안에 존재한다는 느낌으로 다가오고 나의 육체는 그저 나의 의식을 존재하게 하기 위한 도구라는 것이 여실히 느껴진다.
사람들은 스스로가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 까무룩 잊고 산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 어떤 불행도 행복도 자신의 의식이 닫히는 순간 그저 오감으로 모든 것을 맞부딪힌다. 그건 거의 파도가 오는 방향으로 서핑을 하겠다는 의지와 다름없다. 피가 나고 살이 찢길 것이다. 어쩌면 뼈가 부러질지도 모른다. 파도에 몸을 맡긴 채로 보드 위에서 서핑을 하지 않으면, 서핑을 해본 사람은 안다. 파도가 밀려오는 반대로 서핑보드를 끌고 나가는 것 자체만도 서핑보드에 깔릴 확률이 99%다.
물론 파도가 밀려오는 방향 그대로 보드를 타는 것도 100%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다. 모든 과정은 위험을 동반한다. 다만 다가오는 위험과 불행에 어떤 식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그 여정은 완전하게 다른 모습으로 드러나게 된다. 다만 서핑보드를 파도의 반대방향으로 향한 채, ‘내가 다 이긴다.’의 마음가짐으로는 어차피 지는 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는 거다. 어쩌면 세상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단순하게 그리고 쉽게 나아가는 방향을 권하고 있는지 모른다.
당신은 당신의 손가락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생각해 본 적 있을까? ‘손가락을 어떻게 움직이나요?’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 어떻게는 뭘 어떻게야 그냥 움직이지 ‘라고 말할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뭐라 설명할 수 없지만 우리는 꽤 많은 아니 어쩌면 거의 모든 일들을 결코 설명해내지 못한다. 상처는 왜 아물까, 차가움과 뜨거움을 어떻게 느끼는 걸까. 정자는 어떻게 난자를 만나기 위해 경쟁하듯 가며, 정자와 난자가 만나면 어떻게 인간이 만들어지는 걸까. 인간은 그 어떠한 과학적 이유와 논거로도 이 모든 현상들을 설명해 낼 수 없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침대에만 누워있으라는 말이 아니다. 그저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억지로, 온몸에 힘을 준채 이 악물고 버텨내지 말라는 말이다. 인생은 결코 사람이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다만, 세상이 사람에게 던져준 어떤 일들을 잘 해내가는 것만으로도 아마 상상 이상의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세상에 몸을 맡긴 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스스로의 위대함을 아주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