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세차게 부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으려 온갖 애를 쓰는 나뭇잎이 있을까.
인간은 우주 창조물 그러니까 자연중 유일하게 모든걸 자신의 힘으로 해내려는 생명체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공도 건강도 이루는 모든 관계들도 사실 온전히 자신의 힘만으로 해낼 수 있는것은 단 하나도 없다. 지구상 생명체중 유일하게 높은 지능을 타고난 인간들은 대부분 무언가를 이뤄내면 자신이 이뤄냈다고 여긴다. 반대로 무언가에 실패하거나 좌절에 빠지게되면 자연스럽게 그를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 좌절과 절망에서 빠져나오려 온갖 힘을 쓴다. 하지만 과연 이 세상, 우주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일들을 이겨내려고 몸부림치는 생명체가 인간말고 또 있을까?
비가 내리면 물에 젖지않는 나뭇잎과 땅은 없다. 바람이 불면 흔들리지 않는 나뭇잎은 존재하지 않는다. 비가 한방울도 내리지 못해 가물 때에, 어떤 식물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퍽퍽한 죽음을 이겨내려 혼자 발버둥치지 않는다. 그저 받아들일 뿐이다. 가뭄에 말라 잎이 지면, 곧 새로운 잎이 돋아난다.
짧지 않은 밤을 보내고 있는 요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뭔가를 하지 않을때 느껴지는 이 불안감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과연 이렇게 사는게 ‘인생’이라는 걸까.
편안하지 않았다. 도통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그저 하얀 천장을 보고 누워있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이 순간이 전혀 편하지 않았다. 자꾸만 무언가를 해야만 할 것 같은 강박적인 두려움에 1분1초가 아깝다는 생각 뿐이었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상황에 억지로 내 손에 펜을 붙들려 무어라도 쓰라 다그쳤다.
그러다 몸을 일으켜 창 밖을 보는데, 후덥지근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마치 춤을추듯 흔들리는 나뭇잎이 보였다. 불어오는 바람에 따라, 오른쪽에서 바람이 불면 왼쪽으로, 왼쪽에서 바람이 불면 오른쪽으로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며 인간은 왜 자신에게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일을 꼿꼿히 버티고 서서 이겨내려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절망이 찾아오면 그대로 절망을 받아들여 흘려보내고, 또 반대로 기쁨이 찾아오면 기쁨을 받아들여 흘려보내고 모든 일은 이토록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사라지는데에 비해 인간은 오로지 자신이 갖고자 하는 것을 위해 이 모든 자연적인 힘을 나약한 아집으로 버티려 한다. 버티려 하는순간 오로지 고통만이 가득하다.
불어오는 바람에 갖은 욕을 다 하며 흔들리지 않으려 뻣뻣하게 버티는 나뭇잎은 없다. 그리고 인간이 가져야할 태도는 나뭇잎같은 태도이다. 비로소 모든 것을 자연적인 것들에 맡길때 모든 것들이 찾아온다. 마냥 누워만 있으면서 기회와 행운이 찾아오길 바라라는 뜻이 아니다. 사랑하는 일이 생기면 온 힘을 다해 사랑하되, 힘듬과 지침이 찾아와 도저히 아무것도 할 수 없을때는 그 순간을 의미없다 여기며 벗어나려하지 말고, 스스로를 탓하지 말고 조금 기다려줘야한다는 말이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 단 한순간도 의미없이 우리를 찾아오는 순간은 없다는 말을 깊게 되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