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에게 말했던 이별.
나는 더 이상 나와 살기 싫었던 거다.
2021년. 나는 내 삶이 이렇게 끝나는구나, 했다. 생각해 보면 2년 만에 내가 놓여 있는 삶의 형태 자체가 완전하게 바뀌었다. 2021년의 나는 비가 내리면 꽃잎이 다 떨어지고, 땅이 가물으면 금세 뿌리를 내어주는 변방의 작은 민들레였다. 어떻게든 살아 숨 쉬려고 뻐끔거리는, 언제라도 찢어질 수 있는 얇은 봉지 속 금붕어. 그렇게 살아갔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 모든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기 위한 필연적인 일들이었다고 생각하지만, 그 당시에 나는 누구라도 내 줄기를 꺾어가서 작은 유리병에 갇히고 싶은 길가에 민들레였다.
지금에 와서 그때를 돌아보면 사실 내가 그토록 힘들었던 데에 아무런 이유도 없었다. 그저 내가 나 스스로를 가물게 만들었던 거다. 그 어떤 누구도 나를 벼랑으로 몰지 않았음에도 내가 나를 벼랑으로 몰기 바빴다. 그래서 내가 그렇게 힘들었던 것 같다. 이렇게 사는 건 아니라고, 나는 더 이상 너와 함께 살고 싶지 않다고.
여기에서 삶에 대한 힌트가 나온다.
1. 살아가면서 그 어떤 일도 아무런 의미 없이 일어나지 않는다.
모든 일들은 필연이다. 길을 가다 개똥을 밟는 일도, 어쩌면 개똥을 밟지 않아 멈추지 않고 걸어가다 당할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서 일지 모른다. 100번의 면접에서 떨어진 이유는 101번째에 합격한 최고의 직장으로 보내주기 위해서였을지 모른다. 3년간 다이어트를 실패한 이유는 내 몸에 가장 잘 맞는, 평생을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한 식습관과 움직임을 알려주기 위해서였을지 모른다. 내가 2021년도에 죽음을 생각했을 정도로 힘들었던 이유는 내가 지금 이 무한한 공간의 소중함과 삶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였을거다.
2. 어떤 일이든 자연스럽게 흘러가지 않는다면, 파도를 역행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힘들어도 버텨, ' '버티는 놈이 이기는 거야.' '다들 그렇게 살아, 너만 힘들어?'
나는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저런 말들은 모두 무시했으면 좋겠다. 물론 어떤 일을 할 때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해야 하는 것은 맞다. 부인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당신을 힘들게 하는 그 일이
1) 당신이 정말 원해서 하는 일인지.
2) 힘들지만 당신이 좋아해서 하는 일이라 버틸 만 한지.
이 두 가지에 부합해야 한다.
엉덩이 붙이고 있는 시간마저 아까운 회사에서의 일이라면 당장 그만두라고 하고 싶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내가 도대체 왜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는 일이라면 자리를 박차고 나와야 한다.
'나는 내가 뭘 잘하는지, 좋아하는지 모르겠어.'라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하기 싫은 일을 하며 그야말로 '안정적'인 일을 하려고 이 악물고 버티기 전에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당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찾는 거다. 치가 떨리듯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이를 악물고 버티는 건, 서핑보드를 들고 몰아치는 파도의 반대 방향으로 파도를 타려는 서퍼와 같다. 파도를 타기는커녕 바다에 들어가자마자 파도에 휩쓸려 죽을 거다.
2021년의 나는 집채만 한 파도가 밀려오는 반대 방향으로 열심히 팔을 휘저었던 서퍼였다. 파도에 역행하면서 당연히 게 파도에 휩쓸려 숨을 쉬지도 못하고 잔뜩 짠 바닷물을 코로 입으로 들이마시며 가끔 반갑게 마주하는 수면 위로 비닐봉지 안 금붕어처럼 뻐끔거리듯 숨을 쉬는 그 정도로 살았던 거다. 그리고 정말 숨이 끊기기 직전에 파도에 몸을 맡겨 살아남은 거다. 그때의 나는 나에게 '너와 이렇게는 더 이상 같이 못 산다' 선언했다. 집채만 한 파도에 휩쓸리고 난 지금은 온전히 모든 통제권을 파도에 맡긴 채 유유히 바다 위를 헤엄치고 있다. 평화롭게.
되든 안되든 무작정 열심히.라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만약 당신이 간절하게 원하고 또 원하는 일이라면 겁먹지 말고 뛰어들어라.
하지만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이 1분 1초도 의미를 느낄 수 없고, 시간마저 아깝다고 느껴지는 일이라면 당신은 얼마 가지 않아 집채만 한 파도에 휩쓸릴 것이다. 당신이 갖고 바다로 나간 서핑보드 아래 깔리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