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by 오롯하게

왜 새벽을 좋아하냐고 물었죠?

눈을 뜨면요.

조용하고 또 조용한게 느껴져요.

가만히 침대에서 눈을 뜨고 있다가

거실로 나와서 집 밖을 내다보면요.

이 세상을 내가 만든 것 처럼,

이 세상에 오로지 나 하나뿐인 것 같은 공기를

잔뜩 들이마실 수 있어요.

그리고 그 숨을 내뱉으면

잠들었던 세상이 내 숨에 깨어나는 느낌이에요.


처음에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더 많이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는게 좋아서

그래서 남들이 자고있을 시간에 일어난거였어요.

그냥 남들보다 조금 더 앞서가고 싶어서요.


그런데요,

남들이 자는 시간에 먼저 세상을 마주한다는건

그냥 그 자체로 참 예쁘더라구요.

아직 깨어나지 않은 나무들과

그런 나무들을 깨우려고 소리내어 우는 작은 새들.

그리고 내가 내쉬는 숨까지요.

그 자체로 감사할 정도로 예뻤어요.

새벽이.


사실 가장 좋은게 있는데요,

새벽에 일어나면 잠든 당신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아무런 걱정도 고민도 없이

새근새근 잠자는 당신 모습이요.

유난히 긴 당신의 속눈썹이 더 길어보이는 그 모습이

나에게 얼마나 큰 평온을 가져다주는지 당신은 모를거예요.


그러니 새벽에는 나만 일어날게요.

먼저 일어나서 세상을 깨우고

당신이 잠에서 깨고 마실 커피를 내리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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