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by 오롯하게

집이 어색한 느낌 알아요?

분명히 내 집이고 내가 쓰던 가구들,

당신이 사준 작은 양초까지 그대로인데 집이 낯설어요.


이사를 했어요.

처음 하는 이사도 아니었는데

유난히 이번 이사는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지

더 벅찬 느낌이었어요.

당신이 없어서 그렇기도 했고요.


집이라는 건 뭘까요.

가족들과 함께 살았을 때 집의 느낌과

나 혼자 사는 집의 느낌은 너무 다른 것 같아요.

자유로워요.

하지만 가끔은 외롭기도 하더라고요.

특히나 요즘따라 바쁜 당신이

내 곁에 없어서 더 그런가 봐요.


오롯이 쉬야야만 하는 공간이라고들 하잖아요.

집 말이에요.

그런데 누군가는 집에 들어가는 게 싫어서

하루 종일 밖을 떠돌다 잠만 겨우 집에서 자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집에 있는 게 제일 편하다면서

집 밖에 나가지를 않잖아요.

당신과 내가 잘 맞는 이유도

둘 다 집돌이 집순이여서인 이유가 크잖아요.


간혹 나가고 싶은 마음에 당신을 조르면

피곤한 걸 숨기고 기꺼이 나가 주는 당신에게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당신의 향기가 배지 않았어요.

그래서인지 집이 더 낯설어요.

다음 주에 당신이 이 집으로 돌아오면요.

소파에 당신 무릎을 베고 누워

하루 종일 책만 읽을 거예요.

이 집이 나에게 익숙해지도록,

당신이 이 집에 베어 나도록 말이에요.

그렇게 있어줄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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