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by 오롯하게

고개를 들어올리면 달이 보이는 곳에 산다는게
무척이나 감사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당신도 알다시피, 난 달을 좋아하거든요.

해는 저녁이면 져버리잖아요.

근데 어쩌다 조금 일찍 일어난 날이나 아직 해가 지지 않은 오후에는
종종 달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난 그게 너무 좋았어요.

밤에만 제 할 일이 있는 달이,
나를 위해 언제나 곁에 있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당신은 나한테 달같았어요.

당신의 일에 고되게 힘들었을 때에도 문득문득 나를 찾아와

놀래켜주곤 했잖아요. 그럼 나는 당신에게 한참을 미안하다가도

나에게 와준 그 마음이 너무 고맙고 포근해서, 미안한 마음을 뒤로하고

그렇게 당신의 품이 내 세상인 것 마냥 안겨 있었어요.

그러면 그 때가 해가 다 져 온통 까만 밤이었어도, 눈을 감고 있어도
온 마음이 나만을 위해 환해진 것 같았어요.

마음이 소란해 창밖으로 힘껏 몸을 내밀어 고개를 들어보니

언제나 그랬듯 환하고 밝은 달이 나를 보고있었어요.


당신에게도 그 달이 보였겠죠.

당신도 봤겠죠 그 달을.

그럼 우린 떨어져있어도 늘 함께이니까요.

길게 남지 않은 이 추운 겨울동안

당신과 내가 밤에 뜬 달을 함께 보며

부디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진행되길 바랄게요.


내가 보고싶을 때는 달을 봐주세요.

아마 나도 당신이 그리워 달을 보고있을 거예요.

그러면 우리는 함께있는 거예요.

나랑 같이 달을 봐요.

그곳에 뭉근한 내 마음을 달아놓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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