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는다는 것.

by 오롯하게

무언가를 참는다는 것.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언가를 저지르는 일보다,

무언가를 참아내는 것에 익숙할 것이다.

자신이 입고 싶어 하는 사이즈의 옷을 입기 위해

먹고 싶은 크림 파스타 대신 샐러드를 먹는다던가,

밀려있는 작업들을 보며, 1톤쯤의 무게를 얹어놓은 듯한 눈꺼풀이 내려앉는 것을 참아내기도 하며,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누군가에게 전화하려는 헛된 ‘혹시’를

마음속에서 수천번 수만 번 눈을 감은 채로 참아낸다.

참아내야만 한다.


하고 싶고
사고 싶고
먹고 싶고

쉴 새 없이 참아내는

하고 싶고,

사고 싶고,

먹고 싶은 것들의 끝에

무엇이 남아 있는지에 대해 종종 생각해보곤 한다.

엉뚱하게도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마시고 싶은 바닐라라테 대신 쓰디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나면,

한 밤중에 생각나는 달콤한 초콜릿에, ‘아까 그냥 바닐라라테 마실걸’하는

후회를 남기고, 어느새 입 안에는 달콤함의 끝장판. 초콜릿이 흐물거리며 녹아가고 있다.


이미 끝나버려 되돌릴 수 없는 관계에서의 상대에게

‘잘 지내냐’ 혹은 찢어진 관계를 이어 붙이려는 어설픈 테이프질을 시도하려,

노란 메신저를 켜고 잊히지 않는 연락처를 동기화시켜 채팅방을 열려는 순간,

절대 돌이킬 수 없다는 명확한 진실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을 지울 수 없어

인내와 무의미한 도전의 사이에서 반복하며 고민하고 있노라면,

어느 순간 내가 왜 이 엉망이 되어버린 관계를 이어 붙이고자 했는지에 대한

원초적인 마음 혹은 생각 따위조차 까맣게 잊어버리기도 한다.


보통 ‘참아낸다’라는 것은 그에 따른 목적이나 이유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목적이나 이유가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줄지에 대한 생각을 하고,

무의미한 인내를 하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무조건적이고 무대포식의 이유 없는 목적이라면 참지 말자.

지나가고 나면 별 것 아닌 무언가는 참아내지 말고 질러보는 것이

한 밤중의 후회 없는 달콤한 숙면을 불러올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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