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그냥 그러려니 한다.

우리네 청춘이 너무 슬프다-1

by 오롯하게

-아, 오늘은 연락이 와야 되는데.. 꼭 와야하는데...


아직 동이 트기도 전 눈부터 떴다. 이유 모르게 달아나버린 잠 덕분에 컴컴한 하늘에 희미하게 떠있는 달도 해도 아닌 것과 마주하고 있는데, -꼬르륵. 들려오는 뱃고동 소리도 이제 야속하지 않다. 그냥 그러려니-한다. 어제 새벽까지 인적성 공부를 하다 겨우겨우 잠이 들었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 빨리 눈이 떠졌냔 말이야. 투덜투덜하지만 몸을 일으킬 생각은 전혀 없다. 얄팍한 이불에 등은 좀 베기지만 이렇게 등 붙이고 있는 이 새벽만이 유일한 나의 시간이다. 그렇다고 편안하거나 행복하진 않다. 그냥 그러려니 한다.


언제 또 잠이 들었는지 눈을 떠보니 벌써 낮 12시가 다 되어간다. 컴컴했던 새벽이 걷히고 밖은 밝아졌음에도 별 느낌이 없다. 할 게 없다. 그저 회사의 메일이 왔나 안 왔나 새로고침 버튼만 기계적으로 누르고 있을 뿐. 그래도 살아있고는 싶어서, 휘적휘적 일어나 이불을 대충 정리하고 다시 상 앞에 앉는데, 어제 새벽까지 봤던 문제집이 덩그러니 올려져 있다. 마주친 문제집이 두 눈을 야비하게 뜨고는 내 지난밤을 가져가 버린 느낌이다. 뭐, 이것도 그냥 그러려니 한다. 갈증이나 물을 마시는데 요 며칠 사이 생긴 입병이 도무지 없어질 생각이 없어 보인다. 아랫입술을 죽 까뒤집어 거울을 보는데 어제보다 더 커진 허연 입병이 새끼도 쳤는지, 작은 입병이 두 개가 더 보인다. 뭐 이것도.. 그냥 그러려니 한다. 다만 요즘은 좀 말이 하고 싶다. 아 내 말은 '대화'가 하고 싶다. 하루 종일 집에서 사부작사부작 이것저것 하다 보면 밥때가 오고 밥을 먹고 나면 또 사부작사부작 나도 잘 모르는 나를 소개하는 말들을 꾸며 쓰고, 있지도 않은 작업물들을 만들어 포트폴리오라는 틀에 담고, 면접 후기 몇 개를 읽다 보면 또 밖이 컴컴해진다. 그러다 보니 삼사일에 한번 더하면 일주일에 한 번 엄마랑 하는 통화시간이 유일하게 내가 입을 트는 시간인데, 요즘은 그게 영 소화가 안된 것처럼 답답하다. 친구들? 친구들이나 동기들에게는 연락을 잘 안 한다. 얘기하게 되면 죄 회사 얘기 자소서 얘기 면접을 어디서 봤고 뭐 끝은 다 좋지 않다. 그냥 짐만 더 지는 기분이다. 그래서 생각한 게 혼잣말인데 이것도 영.. 하다 보면 약간 정신병이 생길 것 같기도 해서 그만뒀다. 그러다 보니 입을 언제 열었는지 요즘은 기억도 잘 안 난다.


사실 이러고 싶었던 건 아니다. 나도 내 목소리를 갖고 있었고,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사회적 혹은 국가적 문제들에 이러쿵저러쿵,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큰소리로 떠들었었는데. 더 멀리 크게 외치고자 계단을 오르려 보니, 그 시작선이 부조리에 몸 담고 있는 기업에 내 몸을 담그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더 크고 멀리 외치기는커녕 목소리를 잃기 직전이다. 그러다 보니 내가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어떤 마음으로 지금 이 사태를 만들었는지 알 길이 없다. '어떻게든 되겠지' 뭐 이딴 생각은 접은 지 오래다. 어떻게 해도 되지 않는다. 뭘 해야만 뭐라도 되는데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그냥 좀비처럼 피 냄새만 맡으며 어그적 거리고 있다. 그래도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한다.



주변에 많은 취업준비생 친구들의 이야기를 하나,둘 숱하게 들으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왜 이렇게 힘든걸까, 처음에는 해내고자 열정을 가지고 시작했던 일들도 반복되는 거절의 끝자락에 가면 이유도 열정도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목적없이 가고있는 많은 청춘들을 조금이나마 표현하고싶었습니다. 지루합니다. 많은 이들이 알고있고, 겪고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말하고싶습니다. 아직 우리는 힘들다. 여전히 우리는 아니 점점 더 힘들어지고있다. 작은 목소리로 말하고싶었습니다. 아무도 봐주지 않아도 한명쯤은 알아주지 않을까요.

아직은 시간이 되는대로 끄적이는것들을 정리하여 두어편 더 올리려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