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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하게 Oct 07. 2016

바위만큼 크진 않지만

민들레 홀씨가 가져다준 아름다움

나는 가벼운 사람이었다. 아, 헤프다는 뜻은 아니다. 그저 오른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왼쪽으로 흩날리는 민들레 홀씨처럼. 내 안의 중심이 잘 잡혀있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그 중심을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여기저기서 불어오는 별 것 아닌 바람들에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그리고 묵묵하게 있을 수 있을까. 수도 없이 고민해왔다. 나를 흔드는 바람들이 그리 크지도, 강하지도 그렇다고 따뜻하지도 않음을 지독히도 잘 알면서, 그 자잘한 것들에 쉼 없이 맥없이 흔들리는 내가 속상하고 안타까웠다. 


바위만큼 크진 않지만 제법 무게가 나가는 돌이 되었다

내 안에 돌이 자리 잡은 것이 느껴진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던 가슴속의 딱딱한 맨바닥이 이런저런 바람들이 긁고 밀치고 부서져서 처음엔 아프기만 했다. 피가 나고 딱지가 얹히고 그 딱지들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또다시 긁혀 피가 났다. 그렇게 긁혀 생긴 모래들이 작은 돌멩이가 되고, 자갈이 되고. 어느덧 바위만큼 크진 않지만 제법 무게가 나가는 돌이 되었다. 나를 잡아주고 있다. 


스스로가 차오르는 것이 이런 기분일까. 혼자 있는 것을 못 견뎌하며 누군가를 끊임없이 찾던 내가 이제는 나 혼자 있는 시간에 나 스스로와 무언가를 하기에 바쁘다. 누군가와 함께 있어야만 채울 수 있던 나의 시간들을 오롯이 나 스스로가 채울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하고 편안함을 느낀다. 이 크지 않은 돌멩이가 내가 넘어지지 않게 내 안에서 중심을 잡아주기까지. 그 시간들이 얼마나 나를 상처 입혔는지 알기에 지금이 너무나 감사하다. 아름답다. 이제는 내 안에 생겨난 돌멩이를 쓰다듬고 닦아주고 조금 더 크고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사랑해줘야 할 것 같다. 방법? 그런 방법 따위는 모른다. 그저 또다시 불어올 바람들이 내 안의 돌을 스치고 밀고 흔들면, 거기에 흔들리지 않으려 혹은 긁힌 자리를 메꾸려 스스로 행해질 노력들이 모이고 모여서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잃지 않을 단단하고 아름다운 바위를 만들어주지 않을까?


지금의 아프고 피나는 상처들이 원망스럽고 밉겠지만

흔들리고 상처 입은 그대들이 알았으면 한다. 누구나 가슴속에 자리 잡은 돌멩이가 있다는 것을. 지금의 아프고 피나는 상처들이 원망스럽고 밉겠지만, 그것들이 모여 그대들의 가슴속에 단단한 중심을 잡아줄 것이라는 걸. 그대들이 꼭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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