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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문숙 Sep 13. 2016

2016.7.3- 블루베리를 따는 날

타샤 할머니를 생각하는 날

                                                                                                                                                                            



조용하던 마당은 블루베리가 익어갈 때가 되면 동네의 새들이 모여들어 부산하다. 부엌에서 보고 있다가 문을 열고 나가면 새들이 후다닥 도망을 친다. 오늘 블루베리를 따면서 보니 새들이 쪼아댄 열매들이 제법 있다. 멀쩡한 것들만 땄다. 다음에 오면 너희들 먹던 거 골라서 따 먹으라고 주문도 걸어두고.



오랜만에 타샤 할머니의 레시피로 블루베리 머핀을 만들었다. 블루베리는 한 바구니인데 필요한 양은 한 컵, 앞으로도 여러 번을 구울 수 있겠네. 다이어트한다고 말은 해 놓고 며칠 전부터 계속 낯선 음식 만들어 먹느라 위산과다에 걸릴 지경이다.



버터와 설탕을 팔이 아프도록 휘젓고 밀가루와 소금, 베이킹파우더를 체에 쳐서 우유와 섞어 반죽을 만들면서도 마음은 콩밭에 가 있다. 에쿠니 가오리, 그녀는 어쩌자고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라니. 가슴이 답답하고 아프다. 뒤로 갈수록 아사코의 불안과 공포가 전염되어 온다. 가볍고 경쾌한 제목에 속아서 무섭고 무서운 소설을 읽는 시간, 그러지 않아도 진땀이 나는 여름인데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어쨌든 결말이 궁금하므로 계속 읽을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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