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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문숙 Sep 27. 2016

2016.8.5 -빛나는 하루


하루에 요만큼 씩 방울토마토를 딴다. 손바닥에 올려 둔 채로 그냥 먹어버리기도 하지만 오늘처럼 집에 먹을 게 똑떨어진 날은 이렇게 고운 아침의 식량이 된다.



수건은 수건끼리, 색 있는 옷은 색 있는 옷끼리, 살살 빨아야 할 것들은 섬세 세탁 코스로 모인다. 어쩌다 보니 하얀색 블라우스 한 장이 며칠째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인다. 그대로 싱크대에서 조물락거렸다. 8월의 해는 모시 가리개 따위는 겁내지 않는다. 해가 그대로 들어오는 주방에서 빨래랄 것도 없이 첨벙첨벙 물장난하듯이 헹구고 마당에 내다 널었다.



거실에서 마당으로 나가면 라일락 나무 있는 곳까지만 가게 된다. 라일락을 지나면 옆집 마당이 여과 없이 들여다보이는지라 발이 먼저 멈추는 탓이다. 오늘 마당에 있는 동안 집을 찾은 이가 있어서 라일락을 지나쳐서 나갔다. 인사하고 들어오는 길에 나를 붙든 건 채송화와 삼색제비꽃과 보라색 안개가 뒤엉킨 화단. 
버려둔 것이나 마찬가지였는데, 
가끔씩이라도 봐주지도 않았다. 
거기 그렇게 꽃놀이가 벌어지고 있는 줄 상상이나 했을까. 


항상 그렇다.
기적은 기대하지도 않았던 때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일어난다.
빛나는 건 순간이고
순간이 모여 인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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