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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문숙 Dec 22. 2016

빵을 만들어 볼까요?

반죽 이야기

                                                                                                                                                                                                                            빵 만들기를 제대로 배워본 적은 없다. 신기한 식재료를 구경하기 하기 좋아하는 터에 어느 날 우연히 식료품 매장에서 본 스콘 믹스를 사가지고 돌아온 게 시작이다. 오래된 느낌이 나는 촌스러운 포장에 마음이 끌려서 집어 든 것이라 집에 가져다 두고서도 만들어 보려는 생각은 없었고 가끔 정리할 때 눈에 보이면 아, 이게 있었지 하는 정도였다. 어느 겨울날 밤에 여럿이 함께 모여있는데 뭔가가 먹고 싶어졌다. 마땅히 먹을 건 없고 너무 늦은 밤이라 나가기도 뭣한데 갑자기 스콘 믹스 생각이 났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주방으로 가서 봉지를 뜯었다. 믹스였으니 간단했을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는데 그날이 내가 오븐을 빵을 굽는 용도로 사용한 첫 번째 날이 되었다. 이십 년쯤 전의 이야기다.



여전히 반죽은 어렵다. 베이킹파우더를 넣는 케이크나 비스킷, 스콘은 재료의 분량만 정확하게 지키면 별문제가 없지만 이스트를 넣어 오랜 시간 발효를 해야 하는 빵인 경우에는 문제가 다르다. 대부분 밀가루에 분량의 이스트를 섞어 물이나 우유를 넣고 반죽을 해서 두 배로 부풀 때까지 놓아두는데 이것이 일차 발효다. 누구는 실온에 반죽이 두 배로 부풀 때까지 놓아두라고 하고, 누구는 따뜻한 곳을 지정하고, 또 누구는 42도나 45도에서 한 시간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백 명이 빵을 만든다면 발효시간과 온도는 백 가지 정도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무수히 많은 반죽을 제대로 발효가 되지 않은 채로 구웠고 먹었다. 이스트의 성질을 어떻게 다스릴까 하는 것은 여전히 성가신 숙제이다. 



내가 아는 이스트는 성질이 까다로워서 뜨거운 것도 싫어하고 차가운 것도 싫어한다. 설탕은 좋아하지만 소금은 싫어한다. 반죽을 하기 전에 물이나 우유를 실온에 미리 꺼내두기도 하고, 때로는 밀가루를 반으로 갈라 한 쪽은 설탕, 한 쪽은 소금을 넣어 처음에 서로 섞이지 않게 해보기도 했다. 그다음에는 먼저 설탕을 넣고 반죽한 다음 나중에 소금을 넣어본 적도 있었는데 별 차이가 없어서 맥이 빠지는 날도 참으로 많았다. 물에 이스트를 넣어 몇 분 놓아두는 걸 우연히 보았다. 당장 해봤다. TV에서 볼 때는 이스트가 부글부글 부풀어서 몽글몽글하게 보였지만 내 주방에서는 이스트가 한 쪽으로 뭉쳐서 잘 풀어지지도 않았다. 다시! 다시! 또다시! 반죽을 십 년 가까이 해왔어도 여전히 어렵다.



요즘에는 반죽용 볼에 물을 담아 쿡탑에 올리고 살짝 데운다. 손가락을 넣어서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면 설탕을 약간 넣고 분량의 이스트를 가능한 천천히 물의 표면에 골고루 뿌린다. 부드럽게 저어서 오분 정도 놓아두면 시큼한 냄새가 나면서 부풀기 시작한 이스트를 볼 수 있는데 이때 계란이나 버터 같은 재료를 먼저 넣고 잘 섞이게 저은 후 밀가루와 소금을 넣고 반죽하기. 내가 찾아낸 건 이 정도다. 아직도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스팀오븐을 45도로 설정하고 한 시간 정도 있으면 반죽이 잘 부풀어있다. 어떻게 하면 '실온'이나 그냥 '따뜻한 곳'에서 반죽을 두 배로 부풀릴 수 있는지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런 과정을 거친 기본 반죽으로 구운 빵 들이다. 볶은 야채를 넣어 야채 롤, 버터와 시나몬 파우더, 설탕을 섞어 시나몬 크림을 바른 시나몬 롤, 그리고 호두와 머루 잼을 발라 식빵 틀에 넣어 구운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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