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문숙 Mar 28. 2018

출간 - 전업주부입니다만

지금 여기에서 자기자신으로 살아가기

  글을 쓰는 일은 자신을 들여다 보는 일이란 걸 알았습니다. 지난 글을 다시 읽고 추려서 다듬는 일도 그렇습니다. 갑옷처럼 걸치고 있던 온갖 표정과 감정들을 걷어내고 내 안의 날것들을 들여다보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주부이고 아내이고 엄마인 나와 어떤 수식어도 없는 는 그런대로 사이 좋게 지내는 한 쌍이지만 종종 서로를 미워하고 무시하며 싸우고 애틋하게 그리워합니다. 그 둘을 어르고 달래며 막막함과 절박함으로 구멍이 숭숭 난 외투를 몸에 말고 낯선 거리에 서 있는 기분으로 글을 쓰고 다듬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날에는 제대로 쓸 수 없었습니다. 보통은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밤이 내린 후 책상에 앉았습니다. 주부의 세계에서 글 쓰는 사람의 세계로 가는 길은 너무 멀어서 가다가 지치기 일쑤였지만 기꺼이 하루에도 몇 번씩 그 길을 전속력으로 달리며 오갔습니다. 당연히 이 글들은 머리로 쓴 글이 아닙니다. 머릿속으로 엉뚱한 곳을 헤매다가 타버린 조림 냄비를 문질러 닦고, 탁탁 소리가 나도록 털어 빨래를 널며, 집안에 혹시 남았을 지 모르는 음식 냄새를 없애기 위해 켜 둔 촛불을 바라보는 동안 스쳐간 생각들을 행주를 빨고 냄비를 닦느라 시큰거리는 손목으로 썼습니다. 손과 발과 몸이 기억하고 있는 시간들을 옮긴 것에 불과합니다. 


 ‘전업주부라는 단어에는 온갖 감각과 감정이 담겨있습니다. 간장 냄새, 마늘 냄새, 세탁을 마친 옷에서 풍기는 섬유 유연제의 냄새, 먼지 냄새, 축축하고 딱딱하고 물컹거리는 질감, 뜨겁고 차가움. 눅눅함과 버석거림, 그립고 서운한 것들의 이름입니다. 식사를 준비하고 장을 보는 천 번도 더 되풀이한 이야기가 있고, 혼자 있는 낮에 벌이는 고독한 소동과 대답 없는 외침, 온갖 대소사를 앞두고 느끼는 불안과 외로움 사이에 내가 누구이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잊지 않기 위해 애썼던 흔적들이 남아 있습니다. 다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든 간에 그 끝에 다가가고자 몸을 던져본 적이 없음을이 글들을 엮지 않았으면 알 수 없었을지도 몰랐을 것이 부끄럽습니다. 


 내세울 경력도 빛나는 기술도 두둑한 지갑도 없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 어떤 사람이라도 될 수 있어서,‘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지만 내가 나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날들을 좋아하는 것들과 함께 보낼 수 있어서 설렙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종종 헤매기도 하겠지만 그렇다고 길을 잃은 게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전업주부인 나도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지난 여름, 고인 물이 증발되어가는 것처럼 점점 작아지고 있던 나를 깨워 글을 모으게 하고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고 등을 밀어준 내 소중한 친구 금희에게, 뒤죽박죽인 글들에게 맞는 자리를 찾아주고 이름을 불러 준 편집자 정예인님께, ‘전업주부입니다만을 연재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카카오브런치에 감사합니다. 전업주부인 아내와 엄마를 응원해주는 남편과 아이, 항상 내편인 엄마와 가족들에게 이 작은 책을 바칩니다.  



                                                                                                                                                                                                                                                                                                                                                                                                                                                                                                                                                                                                                                                                                            

  인생의 어느 시기를 전업주부에게 빚지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다들 바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전업주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전업주부는 늘 같은 자리를 지키며 바깥에서 돌아온 이들의 투정을 묵묵히 듣는다. 


  전업주부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는지, 우리는 그동안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다 안다고 생각해버렸던 건 아닐까? 언제나 곁에 있었던 그녀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작가는 오랜 시간 주부로 살면서도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매순간 부단히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눈다. 내밀한 파동까지도 오롯이 담아내니 겉보기엔 매일 똑같아 보이는 일상도 어제와 다르게 기록된다. 우리가 잘 모르고 지나쳐버리는 삶의 기쁨들, 즐거움과 아름다움의 조각들을 작가는 부지런히 쌓아둔다. 하루의 어떤 순간을 포착하는 작가의 글에서 싱그러운 바람 냄새, 따뜻한 햇볕의 냄새가 난다.
                                                                                                   출판사의 책 소개 중에서 



            

예스24      http://www.yes24.com/24/goods/59483992

알라딘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39253917

교보문고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91129701695&orderClick=LAH&Kc=  


인터파크     http://book.interpark.com/product/BookDisplay.do?_method=detail&sc.shopNo=0000400000&sc.prdNo=281741810&sc.saNo=003002001&bid1=search&bid2=product&bid3=title&bid4=001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국물 한 숟가락의 위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