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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문숙 Sep 12. 2024

데버러 러츠 [브론테 자매 평전]



  데버러 러츠는 빅토리아 시대 전문가다. 하워스의 목사관을 중심으로 브론테가의 세 자매와 남동생의 삶을 추적해 [브론테 자매 평전]을 썼다. 목사관이 자리 잡고 있는 지역, 그들이 다녔던 사립학교, 어렸을 때 만들었던 작은 책들, 반짇고리. 함께 살았던 개와 편지와 식물의 표본들을 키워드로 그들의 짧았던 인생과 주변 인물들을 생생하게 그렸다. 자매들의 산책을 이야기하다가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로 넘어가거나 개와 얽힌 에피소드를 소개하다가 '버지니아 울프'의 '플러쉬'를 끼워 넣는 저자의 서술 방식이 읽는 속도를 점점 높인다. 브론테 자매들의 이야기에만 머물렀다면 빅토리아 시대의 전문가란 호칭이 무색했을 터, 데버러는 산책을 유행처럼 번진 도보여행과 문학 순례로 확장시킨다. 하워스를 산책한 이들 중에 버지니아 울프와 실비아 플라스, 엘리자베스 개스킬 등이 있었다고 알려주고, 브론테 자매들과 살던 개들을 소개하다가 당시 영국인들이 좋아했던 개의 품종, 개를 납치해서 돈을 받아내던 무리들, 그 이야기가 담긴 버지니아 울프의 [플러쉬], 그리고 엘리자베스 브라우닝까지 한데 엮는다. 당시 유행했던 장신구들(사랑하는 사람의 머리카락을 반지 안에 넣는다든가 하는)을 다루는 부분에서 에드워드 페라스의 반지*를 언급하는 데버러 러츠는 사랑스럽다. 영문학 속 한 장면을 차지한 브론테 자매들의 모든 것들이 느리게 흐르다가 여울을 만나 솟구치며 작은 폭포처럼 떨어진다.


  책을 읽다 보니 그동안 모아놓은 작은 자갈들이 내안에서도 언제부턴가 단단해지고 빛이 나기 시작했다는 걸 모른 척할 수가 없다. 갈고 닦기는 각자 좋아하는 모든 영역에서 필요한 기본기라는 걸 다시 확인한 오늘의 독서.


*제인 오스틴 [이성과 감성]의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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