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당연히 글쓰기 선생님을 가져본 적도 없다. 그런 내게 에세이 합평 모임이란 신세계다. 모호하고 낯설며 설레고 두려운 곳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내 글을 소리 내어 읽는 일이라니, 이런 낭패가 있나. 읽는 바로 그 순간에 어긋나고 삐걱거리는 어휘와 잘못 쓰인 문장부호가, 비약과 충돌이 드러났다. 프린터 전원을 넣고 인쇄 버튼을 누를 때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던 실수와 오류가 선명했다. 내 눈에 보였으니 남의 눈에도 보였을 터, 왜 멈추지 못했을까? 그랬다면 왜 이런 단어를 썼는지, 한 문장이면 될 걸 왜 그렇게 늘여 썼는지, 글을 나눌 생각은 없는지 등등의 질문들에 대해 답변을 하는 고충을 겪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설명이라고 하는 말들이 변명으로 들리고 있다는 걸 모르지 않으면서도 또 멈추지 못하고 지루하게, 답답하게, 구불구불 흘러가는 강물처럼.
모임 말미에 참석자 중 한 분이 글쓰기를 몰랐으면 삶이 얼마나 가뿐했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시도 안되고 밥도 안 되는 글을 쓰느라 고통스러운 인생이라는 그의 말에 언젠가 들었던 또 다른 작가의 탄식이 떠올랐다. 써지지 않는 글을 붙들고 앉아있느라 밤이 깊어지면 허기가 졌노라고, 그 허기를 채우느라 밤마다 케이크를 먹었더니 글과 살이 같이 자라더라고. 새로 나온 책을 들고 웃는 얼굴이 화사했던 그는 잘 지내고 있을까 궁금하다. 돌아오는 길에는 비가 내렸다. 어둑해지는 시간에 물이 빠지지 않는 도로가 얕은 강처럼 보였다. 몸속에 고인 물처럼 찰랑거리는 건 제자리를 찾지 못한 단어와 맺지 못한 문장들 사이를 헤매는 쉼표와 마침표들이었다. 도대체 왜 이러고 있는지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