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집

프란체스카 프레몰리 드롤레

by 라문숙


남의 집을 구경하는 건 즐겁다. 더군다나 그 집이 헤밍웨이나 버지니아 울프, 헤르만 헤세의 집이라면, 그들의 언어가 그들이 살았던 집과 정원과 책상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면 그건 이미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서 기대와 놀라움으로 가득한 경험이 아닐까? 작가들은 내면으로 향한 눈만을 갖고 있어서 외부환경에는 영향을 받지도 않을뿐더러 일고의 관심조차 없을지도 모른다고, 이미 자신 안에 마르지 않는 문학적 상상력의 샘이 항상 넘쳐흐르기에 연필과 종이만 있으면 그가 있는 곳이 어디이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수 있다고 막연히 생각했던 내가 처음 이 책을 집어 들었던 이유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지 않았지만 그 생각이 틀렸음을 알아차리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헤르만 헤세를 시작으로 헤밍웨이와 버지니아 울프, 장 지오노, 카렌 블릭센, 장 콕토, 크누트 함순 등 이름만으로도 황홀한 작가들의 집과 정원과 집기들을 탐욕스러운 눈으로 살피면서 내가 찾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매일의 일상과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낯선 세계가 공존할 수 있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작가가 남긴 일상의 자취에서 그들이 창조한 문학적 세계의 파편을 찾아보는 즐거움은 무엇에도 양보할 수 없는 것. 삶이 너무 건조하다고 느낄 때 나는 이 책에 실린 작가들의 집으로 걸어 들어가 그들을 만난다. 그들이 아침을 맞이했던 정원, 그들이 무수히 열고 닫았을 책상 서랍, 그들이 서 있었을 창가를 바라보며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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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는 정원 담벼락에 작은 오두막을 붙여 지었다. 차가운 풀과 벽돌처럼 단단한 흙을 밟고 아침마다 ‘낭만적인 방’이라 이름 붙인 오두막으로 걸어가서 세 시간 동안 하늘색 종이에 녹색 잉크로 글을 썼다. 나도 담벼락에 작은 방을 하나 붙여내고 마당을 돌아 그 방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사각거리는 미색 종이에 초록 잉크를 준비해두면 나는 거기에서 무엇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상상. 집을 그렇게 꾸미면, 내가 사는 집을 작가의 집처럼 꾸미면, 그러면 어쩌면 나도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쓸게 없으면 일기라도 쓰지 뭐. 이처럼 어리석은 상상을 잠시 하다가 다시 돌아오는 일상은 또 얼마나 반가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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