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책방

로널드 라이스

by 라문숙


아마도 어느 날 시장 갔다가 서점에 들려 사가지고 왔을 책 한 권, ' 나의 아름다운 책방'을 오늘 아침 끝냈다. 책을 읽으면서 부러움을 느끼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부러움이 자라서 안타까움이 되고 기어이 절망까지 맛보게 한 책. 그렇다고 해서 슬픈 이야기가 있는 건 아니다. 아, 이 책은 이야기책이 아니다. 작가들이 사랑하는 서점 84곳에 관해 그 작가들이 쓴 글을 모아놓은 것, 그래서 매 장의 글은 짧고 또 내용도 비슷하다. 서점이 뭐 별건가, 한 공간이 있고 책이 있고 책을 팔고 사는 곳이니 별다른 이야기가 있을 리 없다. 그럼에도 비슷비슷한 독립서점(반디앤노블스같은 체인점도 아니고 아마존 같은 온라인 서점도 아닌 곳)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읽어내려 갈 때마다 내 속에서 부러움이 마구 자라나서 커다란 나무가 되고 말았다.


작가들은 새 책을 내면 독립서점들을 돌며 북투어를 한다. 신간 론칭 파티며 낭송회, 사인회를 거치며 무명의 작가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도 하고 서가 사이를 돌아다니며 선반 아래서 책을 탐하던 이들이 작가가 되기도 한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독립서점들은 각각 하나의 세상이다. 여기를 저기와 다르게 만드는 자신만의 공기를 지니고는 지나가는 이를 유혹해서 끌어들 생전 처음 보는 책들을 뒤적이게 하고 결국 그 작가의 열렬한 팬으로 만들어버리는 그래서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버리는 곳, 바로 서점을 이야기한다.


책을 한 권 읽으면 새로 읽고 싶어 지는 책들이 생겨나 책의 목록이 어느 정도 길어지면 그걸 들고 가장 가까운 교보문고에 가지만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언젠부턴가 오프라인의 서점들은 신간 위주로 책을 구비하고 있어서 나의 오래된 목록들은 인터넷을 뒤져야 구할 수 있었던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니 이제는 처음부터 목록을 옆에 놓고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곤 한다. 아름다운 책방의 손님들인 이 책의 공동저자들은 온라인 서점에서는 절대 구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를 위해 독립서점들을 찾고 아끼는데 나는 서점에서 찾을 수 없는 책들을 위해 인터넷을 뒤지고 있다니 부럽고 안타깝고 절망스러울 수밖에. 나는 알라딘을 좋아하고 아이는 킨들로 책을 읽지만 나는 '나의 아름다운 책방' 또한 갖고 싶다.


종로서적을 내 집 드나들듯이 드나들던 시절이 있었다. 몇 층에 가면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 있고 몇 층 비상계단 옆에 자판기가 있는지 층과 층 사이에 작은 계단 몇 개로 구분된 중간층에 얼마나 매혹적인 원서들이 있었는지. 그때는 그 서점이 내가 알고 있는 세상에서 제일 크고 멋진 서점이었는데 내 아이는 거길 모르다니 이렇게 아까울 수가!!!


그래서 오늘 아침 나는 미국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그들은 적어도 84개의 독립서점들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