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23

곶감 만들기

by 라문숙



곶감용 감을 한 상자 앞에 두고 껍질을 벗겼습니다.

물렁한 연시를 좋아하시는 외할머니가 오시면 엄마의 장바구니에는 항상 주황색 감이 한 봉지씩 들어있었던 것, 그때나 지금이나 감의 단맛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외할머니께서 감을 드실 때는 곁에 가지도 않았던 것, 누군가 감이 달다고 하나 건네면 사양하고 거절하고 도망갔던 일 등을 생각하면서 하나하나 감 껍질을 벗겼어요. 생각은 꼬리를 물고 물어 내 어린 시절에 겨울밤 동네 골목을 휘감던 찹쌀떡 장수의 목소리는 구성졌고 메밀묵 좌판을 맸던 청년의 가락은 또 얼마나 탄력이 넘쳤는지. 얼음이 살짝 언 동치미에 만 국수가락이나 목이 메일 정도로 팍팍했던 밤고구마의 기억에까지 이르니 한 상자 감이 모두 껍질을 벗었습니다.


튼튼한 줄에 하나씩 달린 감을 보니 감이 아니고 감을 좋아하지 않는 아줌마의 어린 시절이 하나씩 동그랗게 모여 감 모양으로 매달린 것처럼 보입니다. 남편은 겨울 간식으로 곶감을 하나씩 먹으면서 올해 곶감은 끝 맛이 쓰네, 시네, 다네 어쩌고 하겠지요. 곶감 하나마다 아내의 오랜 추억이 담긴 걸 모르고 고개만 갸우뚱할 거예요.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