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보약이다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도무지 멈출 기색이 없다.
언덕을 내려가던 차들이 미끄러져 멈추어 섰고
또 다른 차는 누구네 집 담장을 들이받았다고 한다.
우체국 아저씨는 오지 못한다고 전화를 주셨지만
아직 수업이 남아 있는 아이는 저 눈을 뚫고 기어이 학교엘 갔다.
철없는 나는 찻주전자를 들고 들락날락
카메라를 들고 오르락내리락 혼자 수선을 떨다가
제풀에 지쳐 난롯가에서 조각 잠을 잤다.
꿈속에서였을까?
팥물 끓이고 남은 건더기에 설탕을 넣고 조금 더 끓이면 팥죽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건?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팥을 냄비에 담고 물을 조금 부은 다음 설탕을 넣고 끓였다.
붉디붉은 칠기에 역시 붉은팥을 담고 떡을 구워 올렸다.
자다 일어나 힘이 넘쳤는지 찻물까지 끓여서 생강차 한 잔을 곁들이니
이게 바로 눈 속의 카페가 아닌가?
그렇다면 간판은 '단어벌레의 낮잠 카페'!
역시 잠이 보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