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으로 집에 갇혔다가 사흘 만에 시장에 갔는데 봄동이 눈에 띄었다. 망설임 없이 집어 들고 왔지만 오늘까지 냉장고에서 그대로 잠들고 있었으니 시들해진 것도 무리가 아니다. 찬물에 담가서 빳빳하게 물을 올리고 끓는 물에 소금을 넣어 파랗게 데쳐냈다. 있는 힘을 다해서 물기를 짜고 쫑쫑 썰어서 양푼에 담았다. 연초록빛 풋풋함이 생명이라 했으니 마늘 다진 것은 흉내내기로 아주 조금만 넣고 소금, 참기름, 깨 간 것을 넉넉히 뿌려 조물조물 무쳐냈다. 겨울 한 복판이라 그런지 초록이 그리웠는데 초록 나물 한 접시를 무쳐놓고 보니 보고 싶은 이들이 여기저기서 새순 올라오듯이 생각난다. 상 가운데에 봄동 나물 한 접시만 올려놓고 둘러앉아도 언 마음들이 풀어지겠다. 마트나 장에서 처음 봄동을 보는 날 바로 사들고 오는 건 양은숙님의 '들살림 월령가'를 읽은 후 생긴 버릇이다. 나물 무치고 몇 장 읽어보다가 다시 빠져버린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