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자나무
두어 해 전 겨울에 두물머리에 갔다가 세미원에 들렀다. 겨울 얼어붙은 호수에 메마른 연꽃들이 을씨년스럽게 고개를 숙인 모습이 처량했는데 작은 실내정원이 문을 열어놓았길래 살짝 들여다본 순간 발견한 붉은 꽃. 송이도 크고 탐스러운 동백 사이에서 작지만 붉은 꽃을 그림처럼 달고 있는 나무의 이름은 명자나무란다. 이듬해 봄에 화원에 갔다가 발견해서 데려왔다. 하나는 화분에 심고 하나는 화단에 심었는데 둘 다 꽃 피우기에 인색해서 꽃봉오리만 보여주고 꽃은 피는 둥 마는 둥 새침하게 굴었다. 늦가을에 화분들을 양지바른 곳에 옮겼는데 며칠 전 눈이 많이 내린 날에 얼핏 보니 봉오리가 부푸는 듯 보여서 거실에 들여놓았다. 볼 때마다 봉오리 모양이 달라지더니 어제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얘는 어쩌자고 이러는 걸까? 집에 온지 삼 년 만에 제대로 꽃을 피우는 게 겨울 거실 귀퉁이라니!
사물이건 사람이건 제 때, 제 자리 찾기가 참 어렵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