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을 꽉 채운 어느 날

내 20대는 안녕한가?

by 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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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회사에 입사하고 처음으로 휴가를 썼다. 엄마와 처음으로 여행을 떠났고, 아주 오랜만에 엄마와 생일날 함께 있었다. 서로 탄생일, 첫 출산일을 기념하자며 인사를 주고받고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는데 기분이 굉장히 오묘하더라. 세상에 태어나느라 고생했던 갓난쟁이와 요 애기를 낳느라 죽을 뻔했던 산모가 26년 뒤 함께 여행 중이라니. 3박 4일 동안 우리가 함께 겪었던 26년을 추억하는데, 참 힘들고 괴로운 일들도 많았지만 그 이상으로 행복했었다. 돌아보니 어떤 일을 겪었는지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 누구와 함께 그 시간을 견뎠느냐-의 문제지.


이번 주의 이벤트를 꼽자면 입사한 지 1년이 되었다. 처음으로 사회생활이란 걸 시작했고, 지난 1년은 정말이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19살 수능이 끝나고서부터 취직 전까지 아르바이트를 했었지만, 아르바이트와 회사원은 조금 다르더라. 그렇게 일이 힘든 것도 아니고, 특별히 까다롭게 괴롭히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나는 왜 이렇게 괴로워했던 걸까? 이제 맞는 건지 틀린 건지. 지금까지 알던 개념과 다른 점이 많아서 늘 고민하고 망설였다. 준비도 없이 던전에 뛰어든 것 같은 기분? 백번이고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때마다 함께 입사했던 동기 언니는 말했다. 버티는 놈이 이기는 거라고. 버티는 건 의외로 쉽다. 시간에 몸을 맡기고 하루하루 충실하면 된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한 사람들이 몇 생겼고, 으레 직장인들이 그렇듯 메신저로 이야기 나누고 점심에 뭘 먹을지 고민하다 보면 퇴근시간이 다가온다. 반년은 도망가고 싶어 죽겠었는데, 또 반년은 그렇게 설렁설렁 흘러갔다. 버티는 사람이 이긴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럭저럭 잘 지낼 수 있게 되었다.


한 고비를 넘기니까 이제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된다. 나는 이대로 괜찮은 걸까. 이런 일상이 매일 반복되고, 권태에 빠지지 않으려 어딘가 여행을 떠나고 문화생활을 하려고 애쓰고. 의욕을 갖고 주도적으로 일하기보다도 시키는 일을 잘하자는 마인드로 지내도 되는걸까-이 상태로 70살까지 직장을 갖고 살 수 있을까.(내 꿈이다.) 대학 때 내가 생각했던 직장인 플랜이 있었는데, 20대엔 배울만한 사수 밑에서 바짝 배운 뒤 30대엔 나 역시 누군가의 사수가 되어 가르쳐주고 싶었다. 그럼 40대, 50대엔 뭔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싶은 일을 좀 더 유연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어쩐지 내 계획에서 멀어지는 느낌이 들어 불안하고 초조해진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이건가? 싶기도 하고.


15살 때부터 일기를 쭉 썼는데, 지난 일기장을 다시 보니 어느 시기든 항상 고민이 있었고, 같은 질문을 했었다.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잘 가고 있는 걸까?' 상황은 항상 변했지만, 그래도 같은 고민을 죽 해왔던 걸 보면 아마 죽을 때까지 이렇게 살지도 모르겠다. 질리지도 않고 계속 같은 의문을 품으며 살아가겠지. 걱정도 되고 가끔 조급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 불안은 안고있는 게 적당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들고. 여러모로 노답인 27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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