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인사 / 김영하 / 복복서가
지금은 사람이 이 지구의 지배자야.
하지만 영원히 사람이 지구의 주인으로 남을 수 있을까?
지구 46억 년의 드라마 중 -
살인자의 기억법 이후 김영하 작가의 9년 만의 장편소설이다. 작가의 철학적 사유가 가득 담긴 SF 소설이다. 나는 SF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이 분야에 굉장히 취약하고 머나먼 미래가 궁금하지도 않고 관심을 가지기엔 너무나 어렵기 때문이다. 김영하 작가가 아니었다면 베스트셀러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 책을 만나지 않았을 것이다.
- 줄거리
철이는 IT 기업에 다니는 자상한 아버지, 고양이와 함께 더없이 평화롭고 쾌적한 집에서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철이가 수용소로 끌려가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철이는 휴머노이드 중 인간의 마음을 가장 잘 구현한 로봇. 하이퍼 리얼 휴머노이드였다. 자기가 로봇인지 모르고 인간인 줄로만 알았던 철이는 자신을 속인 아버지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수용소에서 철이는 유전자 배양으로 장기이식 등을 위해 만들어진 ‘선이’. 아이를 대신해 만들어진 휴머노이드 ‘민이’와 친구가 된다.
철이의 아버지 최박사는 휴먼매터스 랩이라는 로봇을 연구하는 최고 기관에서 일한다. 가장 인간다운 휴머노이드. 감정, 윤리를 가지고 문화를 계승하는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로봇을 만들고 싶어 철이를 만들었다.
- 로봇과의 공존은 얼마나 가능한가?
얼마 전 아이들과 과학관에 갔다가 음료를 만들어주는 로봇을 만났다. 포도 음료 2잔을 주문했는데 음료의 양이 확연하게 달라서 남편이 “로봇이면 (사람보다) 더 똑같이 만들어야 되는 거 아닌가?” 라고 말하면서 웃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인간과 로봇이 직면하는 미래사회를 그려본다. ‘휴머노이드’를 검색해 보면 인간의 신체와 유사한 모습을 갖추어 인간의 행동을 가장 잘 모방할 수 있는 로봇이다. 요즘은 식당에서 서빙하는 로봇도 종종 볼 수 있듯이 휴머노이드는 머지않아 우리 일상에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내가 할머니가 되어 우리 집에 나를 도와줄 요양 로봇이 함께 한다면. 덕분에 편한 생활을 하게 되겠지만 로봇에 점점 의지하게 되면서 언젠가는 로봇에 지배당할지도 모른다는 아찔한 생각이 든다.
- 인간의 잔혹함
휴머노이드가 엄마의 역할을 한다면 아이에게 영양 가득한 음식을 만들어 주고, 청결을 100% 유지하면서 그 어떤 순간에도 화를 내지 않으며 자상한 엄마가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로봇보다 못난 인간이 될 것 같아 이 세상에서 내가 가진 쓸모를 찾아야 하기에 두려움과 동시에 마음이 불편해지기도 했다.
인간은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로봇을 만들고 인공지능이 인간을 위협을 한다고 여기면 가차 없이 적으로 간주하고 사용이 다하면 폐기해 버린다. 그리고 또 필요에 의해 더 인간다운 휴머노이드를 만들어 낸다. 결국 인간은 인공지능에 의존하다 자립하지 못하고 자멸하게 된다.
나와 다른 것은 배척, 혐오하는 우리는 과연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인간은 기계보다 더 인간답지 못한 괴물이 되어가는 건 아닐까.
- 인간의 존엄에 대해
영원히 사는 삶과 죽음이 있는 삶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나는 어느 쪽을 택할까?
최박사는 평생을 로봇을 연구해왔지만, 마지막 영생과 죽음을 선택하는 순간에 ‘인간의 존엄성은 죽음을 직시하는 데서 온다’ 라며 영생을 거부한다. 결국 죽음이라는 끝이 있기에 우리의 인생은 아름답다고 말한다. 인간은 자기와 다른 존재를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고 포용하느냐에 따라 인간다움이 결정된다고 한다.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인가?
어디까지가 나라고 말할 수 있는가?
결국 인간은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
소설 속에서는 생각해 볼거리가 더 많지만
내 그릇으로 모든 걸 다 담아낼 순 없었다.
한숨이 푹 쉬어졌다. 마치 무언가가 내 마음을 해체 작업이라도 해서
여기저기를 들쑤셔 놓은 것 같았다.
- 마치며
학창 시절. 50년 후 우리 모습을 그려오세요. 숙제가 있었다. 어른이 된 지금 몇십 년 후를 그려보기엔 당장 눈앞에 닥친 해치워야 할 숙제들이 너무 많다. 여유가 없다. 김영하 작가가 그려놓은 거대한 숙제를 바라본다.
누군가에게는 진부한 소설이 될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나에게 이 소설은 SF소설이 가진 매력을 슬쩍 던져 주기에 충분했다. 미래이야기를 통해 현재를 더 사랑하게 만들어 주는 소설이다.
철이가 이 세계에 건네는 작별인사로
길고 긴 여행을 시켜준 작가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이 세상을 떠나며 나는 어떤 작별인사를 건네는 인간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