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프랑수아즈 사강 / 민음사
이게 얼마 만에 고전인지. 미루고 미루던 방학숙제를 시작하는 기분으로 쌓여만 가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중 한 권을 골랐다. (그중에서도 가장 얇은 책으로)
이 책은 1959년. 프랑수아즈 사강이 24살에 쓴 글이다. 어린 나이에 그려낸 주인공들의 섬세한 내면 묘사에 마흔이 다 되어가는 아줌마는 이야기 속으로 흠뻑 빠져들고 말았다.
폴은 한 번의 이혼 경력이 있는 여인으로 로제와 6년째 연애 중이다. 로제는 폴과 만나면서도 바람을 피워 폴을 외롭게 만드는 이기적인 인물이다. 권태로운 두 사람 사이에 시몽이라는 인물이 나타난다. 25살의 젊고 잘생긴 변호사 시몽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남자로 폴을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다. 그렇게 세 사람의 복잡 미묘한 삼각관계가 펼쳐진다.
로제의 사랑은 이기적이었다.
시몽의 사랑은 순수했다. 직진이었다. 그래서 짠했다.
폴의 흔들리는 사랑은 안타까웠다.
세 사람의 각기 다른 사랑을 보면서 내 사랑은 어떤 쪽이었을까? 생각해봤다.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 만난 남편은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다 받아줄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방탕한 생활을 하면서 남자 친구의 속을 썩였다. 지금보다 더 철없던 시절. 지금 생각해보면 참 나빴다. 그때의 나는 아마 로제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런 나를 붙잡아 준 남편에게 감사하며 잘 살아야 할 텐데, 나는 여전히 불량한 생활 중이다 (바람피우는 건 아님)
시몽이 폴에게 던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에 그녀는 지금껏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조차 잊고 살았다는 걸 알게 된다.
시몽의 적극적인 사랑공세에 폴은 마음을 주지만 또다시 지치고 만다. 폴은 시몽을 사랑한 걸까? 그저 로제에 대한 외로움을 채우기 위한 임시 방편이었을까. 결국 그녀는 시몽을 떠나보내고 다시 로제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삶을 선택하게 된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나를 잘 알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나에 대해 끊임없이 관찰해야 힘든 순간이나 외로움이 찾아왔을 때 나를 지킬 수 있다. 그래야 제대로 된 인생을 살 수 있다.
어려서 폴을 만났다면 바보 같은 그녀의 선택을 이해를 못 했을 텐데. 내 나이 즈음된 폴을 만나 보니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의 사랑 경험으로 젊고 뜨거운 사랑은 지금의 자신과 어울리지 않고 금세 식어갈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더 현실적인 사랑을 택했을 것이다. 방향이 다른 헌신적인 사랑. 어느 쪽을 선택하든 두 사람 모두를 포기하든 아픔은 있었을 테니까.
사랑은 설렘으로 시작해서 어느새 익숙함으로 자리를 잡는다.
결국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지는 게임일까.
이해할 수 없는 사랑도 있다.
사랑은 참 알 수 없는 것이다.
아름답고 씁쓸한 사랑 이야기를 잘 그려낸 책이다.